[르포] 美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특별한 '우물'이 있다?
올해 문 연 MS 열 에너지 센터 방문…"전기 50% 절감 효과 기대"
MS, 2030년 '탄소 네거티브' 선언…"작년 탄소 직접배출량 22.7% 감소"
(레드먼드[미국 워싱턴주]=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시애틀 타코마 공항에서 차로 약 30분을 달려 찾은 이곳에는 북미 최대 규모의 열 에너지 센터(Thermal Energy Center)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 문을 연 MS의 열 에너지 센터는 일종의 중앙 발전 전력 시스템이지만,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중앙 발전 플랜트와 달리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모든 건물에 '무탄소 냉난방'을 제공한다.
이는 땅속 550피트(약 168m) 깊이에 있는 875개의 '지열 우물'(GeoWells) 덕분이다.
이날 찾은 열 에너지 센터 건물 앞에는 '동부 캠퍼스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라고 적혀 있었다.
3층 높이의 열 에너지 센터에는 거대한 냉각기와 냉각탑, 28만갤런(약 106만L)의 물을 열에너지로 저장할 수 있는 65피트(약 20m) 높이의 녹색 탱크 수십 개가 들어서 있었다.
캠퍼스 확장 공사에 따라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의 냉난방을 이곳의 고효율 히트 펌프와 냉각기, 캠퍼스 전체에 뻗은 220마일(약 354㎞) 길이의 파이프로 구성된 시스템을 통해 하는 방식이다.
전체 시스템은 발전기를 제외하고 재생 가능한 전기로 가동된다.
지열 교환 시스템은 1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되는 지하 토양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주변 공기의 온도 차이를 활용한다.
겨울에 공기가 땅보다 차가우면 펌프는 파이프를 통해 물을 순환시켜 지열을 건물로 전달하고 여름에는 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가열과 냉각에 사용된 물은 배출되는 대신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된다. 이를 통해 연간 830만갤런(약 3천142만L)의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MS 측의 설명이다.
MS는 열 에너지 센터 가동으로 MS 전체 사무실 냉난방에 사용되던 전기의 50%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열 에너지 센터를 안내한 알랜 니콜라스 MS 선임엔지니어는 "지열 우물과 에너지 저장 탱크, 건물 내 다양한 탄소 절감 설비를 통해 기존의 50% 정도의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기자들과 만난 멜라니 나카가와 MS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MS의 큰 목표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나은 삶을 사는 것"이라며 MS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크게 3가지 차원으로 설명했다.
먼저 MS 차원에서 ▲ 탄소 중립을 넘어 탄소를 줄이는 탄소 네거티브(negative) ▲ 지구상에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대한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워터 포지티브(positive) ▲ 생태계 보호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고객 차원에서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글로벌 차원에서는 소비자와 MS의 기술 등을 통해 전반적인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중 탄소 네거티브는 MS가 가장 야심차게 추진하는 목표다.
탄소 네거티브는 탄소 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으로, 앞서 MS는 지난 2020년 탄소 저감을 위해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MS는 2019년부터 이 같은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위한 보고서도 발간하고 있다.
MS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MS의 전체 탄소 배출량은 0.5% 감소했다. 직접 배출량(스코프1·2)은 22.7% 감소했지만, MS 전체 탄소 배출량의 96%를 차지하는 간접 배출량(스코프3)은 0.5% 증가했다.
나카가와 CSO는 "매년 보고서를 발간할 때마다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할지,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발견하게 된다"며 "예를 들어 스코프3 범주에서 공급망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서 건설하는 측면 등도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탄소 제거 기술을 더 많이 발전해서 지구상의 탄소를 제거하는 것도 앞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라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탄소 네거티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2012년 탄소중립을 달성한 MS는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사용) 전환을 위해 지열과 풍력, 태양광뿐만 아니라 원자력 발전에도 주목하고 있다.
애드리안 앤더슨 MS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총괄은 "(CF100 달성에) 기술을 가리지 않는다"며 "(원전을 포함한)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을 통해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빌 게이츠 MS 공동창업자는 2021년 2월 출간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무탄소 전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핵분열과 핵융합, 해상풍력, 지열을 거론하며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은 밤낮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며 유일하게 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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