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전역서 비료 공급망 붕괴…굶주림·절도 확산"
NYT "코로나·우크라 전쟁·美 고금리 영향"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아프리카 전역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화학비료 공급망이 붕괴해 식량 가격이 상승, 굶주림과 농작물 절도가 확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구호단체 액션에이드는 나이지리아와 다른 13개 국가에서의 비료 가격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이후 두 배로 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라 서부 및 중앙아프리카에서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는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세계식량계획(WFP) 자료에 따르면 9천만명으로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인 나이지리아에서만 약 20%가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고 있다.
비룟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뛰기 시작했다. 공급망 대란으로 물류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전쟁이 터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뒤 생산 원가도 높아졌다. 비료 생산에는 일반적으로 천연가스가 쓰인다.
또 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가 화학비료의 주원료 탄산칼륨의 주 생산지인데, 전쟁 이후 벨라루스산 탄산칼륨이 선적되는 리투아니아 철도 루트가 끊겼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년 반에 걸친 급격한 금리 인상도 비료 가격 인상을 부추긴 요인이다.
고금리로 다른 국가의 화폐 대비 달러화 가치가 급등했고 비료 원료는 달러로 거래된다.
가격 부담에 비료를 덜 주게 되면서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함에 따라 식량 가격은 치솟고 있다.
동물의 배설물 등 퇴비로 대체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화학비료와 같은 수준의 작황을 얻으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일부는 쌀과 옥수수 재배를 중단하고 비료를 덜 쓰는 콩, 땅콩 같은 농작물로 옮겨가고 있다.
NYT가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농사를 짓거나 식량 또는 비료 유통을 하는 관계자 약 30명을 인터뷰한 결과 비룟값 인상의 여파는 끔찍했다.
농산물 절도가 기승하고 있고 여성들은 먹을 것을 찾아 남편을 떠나 친정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부모들은 학비가 없어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곰베 지역에 사는 줄리아나 발라 씨는 최근 아침에 도둑들이 밭에서 자신이 키운 옥수수의 절반을 훔쳐 간 것을 발견하고 주저앉아 울었다.
발라 씨는 연간 수입이 반토막 나 남편과 6명의 아이를 포함한 가족은 고기나 생선을 먹지 못하고 참마와 콩으로 만든 죽으로 연명하고 있고 내년 종자와 비료도 사지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70년 동안 몰랐던 굶주림에 대한 두려움을 알게 됐다는 그는 "삶이 변했다"면서 "이것이 세상의 종말이라는 것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욜라 지역의 술레이만 추바도 씨도 옥수수 농장에 충분한 비료를 주지 못해 수확량이 줄어 자신과 임신한 아내 그리고 두 자녀가 하루에 두 끼, 때로는 한 끼만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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