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신생아 역대 최저 속 英이민 홍콩인 출산은 증가세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반발 이민 택한 홍콩인 늘어난 영향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해 홍콩 신생아 수가 60여 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가운데 영국으로 이민 간 홍콩인들의 출산은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영국 당국 자료를 인용, 최소 한명이 홍콩에서 이주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 수가 2019년 1천568명에서 2020년 1천602명, 2021년 1천665명, 2022년 1천953명으로 계속 증가세라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에서 홍콩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통계다.
영국 당국은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홍콩인 17만6천407명에 대한 비자가 승인됐다고 밝혔다. 승인율 97%다.
영국은 2020년 6월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발해 2021년 1월 31일 홍콩의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여권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자국 이민 문호를 확대했다.
BNO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영국에서 거주·노동이 가능하다. 영국 정부는 이후 이들에게 정착 지위를 부여한 뒤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홍콩대 인구 전문가 폴 입 교수는 홍콩이 출산율이 최저로 떨어진 때에 가임 부부와 젊은 가족을 잃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SCMP에 "젊은이들이 떠나면 그들의 출산 능력도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저출산의 덫에 빠질 것으로 보이며 이를 벗어날 방도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홍콩 신생아는 3만2천500명으로 자료가 남아있는 1961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2019년 5만2천900명에서 2020년 4만3천명, 2021년 3만7천명 등 계속 감소세로 4년 사이 약 40%나 줄었다.
홍콩 여성의 합계 출산율도 0.8%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입 교수는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특히 교육 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홍콩을 떠나는 많은 이들은 홍콩의 교육체계, 교과 내용, 시험 중심 접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런던에서 딸을 낳은 이사벨라 츄(가명·35) 씨도 지난해 임신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홍콩을 떠날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SCMP에 "내 아이가 이제 애국심에 초점이 맞춰진 홍콩 교육을 받게 할 수 없었다"며 바로 BNO 비자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중산층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이민을 택하면서 홍콩 학교들은 학생과 교사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홍콩 당국이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교과 내용은 자율성과 다양성이 대폭 줄어든 방향으로 개편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1∼2022학년도에만 3만명 넘는 학생이 홍콩을 떠났고, 부촌 지역 학교일수록 학생 수 감소가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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