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에르메스 대신 맥도널드 택해…홍콩 관광업계 타격"
블룸버그 "中경제 둔화·환율 상승·하이난 면세점 부상, 홍콩 직격"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을 찾는 중국 본토 관광객의 여행·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홍콩 관광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이달 초 8일간 이어진 중국의 국경절 황금연휴 기간 홍콩은 중국 본토 관광객 방문 특수를 기대했다.
실제로 9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국경절 연휴에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인은 97만명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해외여행을 떠난 홍콩인은 150만명으로 그보다 훨씬 많았다.
게다가 홍콩 관광에 나선 중국인 대부분이 당일치기 여행을 했다. 이에 홍콩의 숙박, 요식업 매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반대로 홍콩인들이 대거 인접한 중국 선전으로 여행 가면서 선전 여행업계는 '홍콩인 특수'를 누렸다.
이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홍콩달러 강세로, 올해 들어 홍콩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5% 이상 하락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 둔화로 중국인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고, 팬데믹 3년간 중국 하이난 면세점이 홍콩을 압도할 만큼 성장했다.
과거 중국인들에게 홍콩은 사치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쇼핑 천국'이었으나 이제는 하이난 면세점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고환율 속에 굳이 쇼핑을 위해 홍콩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면세점 부문 DFS그룹은 하이난에 대규모 몰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쇼핑차 홍콩을 찾았다는 베이징 주민 마이크 궈씨는 블룸버그에 "고환율 탓에 홍콩에 쇼핑하러 오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이제 홍콩에서 내 시간의 대부분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사진을 찍는 데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JLL의 올리버 통은 "황금연휴 기간 홍콩의 소매 판매는 기존 주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점포 방문객이 20∼30% 늘어났음에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이 내년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홍콩 정부 자료에 따르면 보석과 시계를 포함해 홍콩의 8월 사치품 판매 규모는 52억홍콩달러(약 8천972억원)로 2018년 동월보다 31% 줄어들었다.
블룸버그는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에르메스 대신 맥도널드를 택하면서 홍콩 관광업계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중국인 관광객들은 소셜미디어 사진을 위해 홍콩 쇼핑몰에서 에르메스 핸드백을 과시했지만 요즘에는 홍콩 관광 관련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홍콩 거리에서 맥도널드 테이크아웃 봉지를 들고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이후 홍콩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사치품에 돈을 퍼붓는 대신 홍콩 영화에 등장한 장소나 풍경 좋은 곳을 찾아 사진을 찍는 등 과거와 다른 여행 패턴을 보이면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중국 관광객 특수를 기대한 홍콩의 희망을 꺾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중국인들의 여행 습관 변화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중국 경제가 둔화한 가운데 젊은 층이 소비를 조정한 영향이 크다"며 "황금연휴 기간 중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예상보다 덜 소비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홍콩 최대 관광그룹인 중국 본토인들의 이같은 여행 패턴 변화는 홍콩 관광업계에 경종을 울린다"며 쇼핑에 기댄 홍콩 관광업계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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