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티베트 영문명 'Tibet'→'Xizang' 변경…통치권 강화 포석
이달 국제회의서 바뀐 명칭 게시…달라이라마 등 반대에도 수년간 근거 축적한 듯
中관변학자들 "서방의 개념 함정 벗어나야…미디어에서 티베트 이미지 재구성"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자국 주최 국제회의에서 남서부 티베트(시짱)자치구를 가리킬 때 사용해온 영문 명칭을 '티베트'(Tibet)에서 '시짱'(Xizang)으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중국은 이달 4∼6일 티베트자치구 린즈에서 개최한 제3회 환(環)히말라야 국제협력포럼의 명칭을 중국어와 영어 모두 '중국 시짱 환히말라야 국제협력포럼'(中國西藏環喜馬拉雅國際合作論壇·China Xizang Trans-Himalaya Forum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으로 명시했다.
환히말라야 포럼은 몽골, 파키스탄, 네팔 등 히말라야산맥 인접 국가들이 모여 생태환경 보호와 개발 협력 등 의제를 논의하는 행사로 중국이 매번 티베트에서 개최하고 있다.
2018년 제1회 포럼과 2019년 제2회 포럼에서 티베트를 가리키는 중문 명칭은 이번 제3회 행사와 같이 '시짱'이었지만, 영문 명칭은 '티베트'였다.
환히말라야 포럼의 부속 행사로 베이징에서 지난 2021년 열린 생태환경 세미나에서도 중문 명칭과 영문 명칭은 각기 '시짱'과 '티베트'로 확인되는 등 중국 당국도 그간 티베트자치구를 영어로 표현할 때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티베트'를 그대로 써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중국이 대외적으로도 '티베트'를 '시짱'으로 부르는 일이 많아졌다는 게 펑파이의 설명이다.
펑파이는 이것이 중국 현행 법규에 들어맞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 '지명관리조례'는 지명의 로마자 표기를 공식 표기법인 '한어병음'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정했기 때문이다.
이 조례는 중국 국무원의 지명 행정 주관 부문이 제정한 규칙에 따라 지명을 표기하고, 승인된 지명은 '표준 지명'으로 정한다고도 규정했다. 아울러 몽골어, 위구르어, 티베트어로 된 지명과 관례적으로 쓴 소수민족 지명은 한어병음 표기법에 맞춰 써야 한다고 정했다.
중국공산당 중앙 통일전선공작부는 지난달 발표한 문건 ''시짱'의 영어 번역어는 'Tibet'인가?'에서 "제7회 베이징 국제 티베트학 심포지엄에서 많은 사람이 (2016년 제6회 심포지엄 이후) 7년 동안 대표성 있는 연구 성과를 보내왔고, '시짱'의 영문 번역과 관련한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티베트의 영문 명칭 '개명'이 당국 차원의 조치이자 이미 여러 해에 걸쳐 의견을 수렴하는 등 사전 작업을 해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티베트는 중국이 1950년 침공해 이듬해 병합한 곳으로 신장자치구와 마찬가지로 서방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침해 의혹 제기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
중국 당국의 영문 명칭 개정은 이 지역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통치권 강화하고 중국으로의 동화정책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에 의견을 제시한 대표적인 학자는 "'Tibet'라는 잘못된 번역법은 시짱의 지리적 범위에 관해 국제 사회에 심각한 오도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한 왕린핑 하얼빈공정대학 마르크스주의학원 교수다.
'티베트'(Tibet)라는 말은 현재의 남서부 시짱자치구 지역뿐 아니라 과거 티베트의 영역이던 현재의 중국 칭하이성, 쓰촨성, 간쑤성, 윈난성 일부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근거다. 시짱자치구만을 지칭하려면 '시짱'이라 부르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서방과 분리주의 세력의 개념적 함정에서 벗어나 중국이 국제적인 시짱 담론 체계에서 주도적 지위를 수립하려면, 중국의 입장을 정확히 표현하는 '시짱'을 영문 번역어로 써야 한다"며 "최근 달라이라마 그룹이 'Xizang'을 사용하는 것을 비판한 것을 봐도 이 번역어가 정확히 분리주의 세력의 담론적 급소를 타격했다는 점을 설명해준다"고도 했다.
일각의 반발이 있지만 중국은 국제적 합의도 준거로 내세우고 있다. 1977년 유엔 제3차 지명 표준화 회의는 한어병음을 중국 지명 로마자 표기법으로 하자는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중국 티베트정보센터의 샤옌 박사는 "영문 번역어를 '시짱'으로 바꾸는 것은 새로운 역사적 조건과 국제 여론 환경에서 중국이 대외 담론 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며 "티베트의 미디어상 이미지 재구성과 중국의 국제적 발언권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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