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동산 등 넘어 美·EU와 '디리스킹' 담판도 주도…경제분야 핵심 '시자쥔'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 역할을 하는 허리펑 부총리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여서 주목된다.
미·중 간 경제·안보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과 유럽연합(EU) 간에 전기자동차 분쟁에 이어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이슈마저 불거지는 상황에서 허 부총리가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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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 3기'가 시작된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지명된 허 부총리는 애초 관할 영역이 금융·부동산 분야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어느새 미국은 물론 EU, 프랑스, 독일과의 경제·무역 협상도 담당하고 있다.
실제 허 부총리는 지난 7월 6∼9일 중국을 찾았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마주 앉았으며, 지난 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제3차 중국·독일 고위급 금융 대화에서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과 마주 앉아 25개 항목 금융 협력 강화에 합의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최대 경제·안보 현안이라고 할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디리스킹과, 이에 이은 유럽의 디리스킹 공세 차단 협상도 허 부총리가 이끄는 형국이다.
EU는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해 반(反)보조금 조사를 예고한 데 이어 반도체·AI·양자컴퓨팅·바이오 등 4대 첨단기술의 중국 이전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중국은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인 독일과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EU 공세를 약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허 부총리가 선진국들과 경제 협상에서 중국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으며, 이전 시 주석 경제 책사로 불린 류허 전 부총리와 비교할 때 무역 분야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 등은 독일과 금융 대화 소식을 전하면서 허 부총리 직함을 영문으로 '인솔자'(lead person)로 소개했다. 이들 매체는 앞서 옐런 장관과 담판 때엔 중문으로 '중·미 경제·무역의 중국 측 선도인(牽頭人)'으로 그를 표현한 바 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산하에 허 부총리 이외에 딩쉐샹 상무 부총리, 장궈칭·류궈중 부총리가 있다. 이 중 딩쉐샹은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의 7인 상무위원 중 한 명이다. 나머지 3명은 국무위원급 부총리다.
주목할 대목은 외부로 공개된 부총리 4명의 업무 분장 규정은 없지만, 제조와 기술 분야를 제외하고 허 부총리 관장 영역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허 부총리는 광둥성 출신으로, 1980년대 시 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샤먼시 정부 판공실 부주임으로 일하며 인연을 맺어 40년 이상 친분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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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경제 분야의 핵심 '시자쥔'(習家軍·시 주석 측근 그룹) 멤버로 꼽힌다.
샤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재정학 전공)를 받은 허 부총리는 수력발전소 근로자는 물론 지방과 중앙의 경제 관료, 각종 외교무대 배석자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갖췄다.
2014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을 거쳐 2017년 주임(장관급)으로 발탁돼 중국 거시 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했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셰마오쑹 선임연구원은 SCMP에 "허 부총리가 중국의 모든 경제·금융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중국이 선진국과의 무역·투자 관계를 더 잘 다룰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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