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움직임 포착 초고속 '플래시'…반도체·의료 활용 기대
100경분의 1초 '아토초 과학' 개척 아고스티니-크러우스-륄리에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크러우스, 안 륄리에는 원자와 분자 속 전자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아토초 과학'이라는 새 영역을 열었단 평가를 받는다.
100경분의 1초를 뜻하는 아토초는 분자 속 전자가 움직이는 시간 수준으로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다.
우리가 빠르다고 느끼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장비도 아토초의 10억 배인 나노초(10억분의 1초) 단위로 신호 처리를 한다.
펨토초(1천조분의 1초) 시간에서는 분자들이 회전하거나 해리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원자에서 전자가 이온화되는 현상이나 전자가 원자핵을 돌 때와 같은 분자 아래의 현상은 아토초 단위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원자핵을 한 바퀴 돌 때 160 아토초가 걸린다.
이번 수상자들이 개발한 아토초 레이저는 아토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면서 전자의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촬영할 수 있게 돕는다.
남창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단장은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하면 분자의 운동을 보는 데 그치지만, 아토초 레이저는 원자에서 일어나는 초고속 현상을 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분자에 펨토초 레이저를 쏘면 전자가 이온화하고 운동하며 펨토초보다 짧은 주기의 빛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를 조합해 중첩하면 아토초 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해냈다.
안 륄리에는 1987년 비활성 가스에 레이저를 쏘면 다양한 배수의 조화파(규칙적으로 진동하는 파장)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2001년 아고스티니는 250 아토초 펄스를 만들어냈고, 크러우스도 650 아토초 단일광 펄스를 분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남 단장은 "아고스타니와 륄리에는 고차조화파를 이용해 아토초 펄스를 만드는 연구를 했다면 크러우스는 다양한 아토초 과학을 발전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토초 과학은 물리학이 발달하면서 한계를 밀어내는 대표적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광학현미경이 공간을 들여다보는 분해능을 만들었고, 레이저가 발견되면서 물리학자들은 주파수 분해능이 생겼다고 했다"며 "펨토초 레이저는 시간 분해능을 줬다면 아토초는 핵에서 전자까지 잡아내는 분해능을 준 도구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토초 과학은 분자 속 전자의 운동을 연구해 DNA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광합성 같은 현장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을 밝히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공학에서도 반도체 등 전자 재료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파악해 제어에 활용하고, 의료 분야에서는 다양한 분자를 식별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다.
국내에서는 IBS와 포스텍 등이 아토초 과학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남 단장은 아직은 아토초 과학이 기초 단계라며 "원자 레벨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잘 보면 새로운 활용 분야가 생기고 실생활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아토초 과학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예견돼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수상자 선정은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울프상 물리학 부문 수상자로 아토초 과학 연구자들이 선정됐는데, 크러우스와 륄리에는 포함됐지만 아고스티니는 포함되지 않고 대신 폴 코쿰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남 단장은 "아토초 과학 분야가 노벨상 받을 순서는 되지 않았을까 했다"며 "다만 코쿰 교수가 만드는 원리를 설명한 분이라 1순위라 생각했는데 이번 선정은 의외"라고 설명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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