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무장관 "감세는 아직, 물가에 집중…공무원 줄일 것"
생활임금 시간당 1만8천원 이상으로…"큰 국가보다 생산성 높은 국가"
트러스 전 총리, 감세 요구에 지지자 환호…보수당, 불법 이주민·탄소중립 등에 분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집권 보수당이 총선을 앞두고 감세, 불법 이주민, 탄소중립 등의 이슈를 두고 분열하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에서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은 "현재 세금 수준이 너무 높지만 아직은 물가 대응에 집중할 때"라며 당내 일부의 감세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헌트 장관은 연설에 앞서 BBC와 인터뷰에서는 연내 감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정 지출이 경제보다 더 빨리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더 큰 국가가 아니라 더 생산적인 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 "단기 비용 관리에서 장기 비용 감축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며 "행정 서비스 확장을 중단하고, 공무원 수를 코로나19 전으로 줄이면 연 10억파운드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은 현재 중앙정부 공무원이 코로나19 전보다 약 6만6천명 많다고 전했다.
헌트 장관은 또 "생활 임금을 시간당 10.42파운드에서 11파운드(약 1만8천원)로 올린다"며 "노동자 약 200만명의 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일자리를 찾을 노력을 하지 않고 복지 혜택을 받는 이들을 두고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연단에 올라 감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지지 당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법인세율을 19%로 도로 내리고, 에너지 비용을 낮추기 위해 셰일가스 수압파쇄공법 추출(프래킹) 금지를 해제하는 등 수낵 총리 정책을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지난해 보수당 평당원 지지에 힘입어 총리직에 올랐다가 49일 만에 물러나며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역대 최대 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재정 전망은 하지 않았다가 금융시장 대혼란을 초래하고 약 1년 전에 전격 사퇴했다.
보수당은 2025년 1월 전에 개최될 다음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는 양상이라고 영국 언론이 전했다.
보수당이 패배하며 노동당에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커 보이자 당내 인사들이 선거 후 총리 및 당 대표인 리시 수낵이 물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후임 자리를 노리는 경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세 외에도 불법 난민, 탄소중립(넷제로), 차세대 고속철도(HS2) 건설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ITV와 더 타임스 등은 이날 잉글랜드 중부 버밍엄에서 북부 맨체스터를 잇는 HS2 건설 계획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총리실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수낵 총리는 막대한 사업비 부담에 이 사업 취소를 검토 중이지만, 지역에서는 유권자 배신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이곳은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노동당에서 대거 뺏어온 '붉은벽'(red wall) 지역이다.
수낵 총리는 또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중단 시기를 늦추는 등 탄소중립 정책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데 이를 두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주최하며 기후변화 선도국을 내세운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측에서 비판 의견을 내고 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은 최근 난민 협약을 개혁하지 않으면 영국이 탈퇴할 수도 있다고 강수를 던졌는데 이는 당내 중도파의 반발을 살 수 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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