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폭탄테러 직후 의회연설…"테러분자, 목표달성 못해"
예정된 일정 소화…"EU에 아무 기대 안해…가입 추가조건 용납불가"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테러리스트들은 결코 그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 정부 청사 밀집 지역에서 차량 폭탄 테러 시도가 벌어진 지 수 시간 뒤 의회 개원 연설에 예정대로 나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튀르키예는 외부 무장세력으로부터 남부 국경을 계속해서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며 "시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악당들은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앙카라에서는 의회 개원을 앞두고 내무부 청사 입구에서 차량 폭탄 테러 시도가 벌어졌다. 소형 상용차를 몰고 온 용의자 2명 중 1명은 자폭해 사망했고 나머지 1명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경찰관 2명이 이 과정에서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앙카라에서 폭탄 테러가 벌어진 것은 2016년 3월 도심 대로에서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하면서 37명이 숨진 이후 8년여 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와 관련해 거듭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를 문 앞에서 40년간 기다리게 한 EU에 대해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EU에 대해 한 모든 약속을 지켰으나 그들은 우리에게 한 약속을 거의 아무것도 지키지 않았다"며 "EU 가입을 위해 새로운 어떤 조건이나 요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28일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2016년 쿠데타 미수 세력과 연결된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한 교사에 대해 튀르키예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것이 잘못이라고 판결한 데 대한 반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ECHR의 결정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지푸라기와도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는 반역자 무리와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한 스웨덴에 대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연루자를 비호한다는 이유로 가입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7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EU 가입 협상 재개와 미국의 F-16 전투기 판매 등을 조건으로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의회 개원까지 가입 동의 비준안 처리가 어렵다면서 서방에 대해 관련 약속 이행을 약속하라고 계속해서 압박해왔다.
지난달에는 튀르키예의 가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EU 보고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EU와 결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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