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정상회담 위해 올해 3·5월 두 차례 동남아서 비밀 접촉"
아사히신문 보도…"기시다, 평양에 고관 파견 검토했으나 현재 정체 상태"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일 정상회담 실현에 노력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가운데, 양국 관계자들이 올봄 두차례에 걸쳐 동남아시아에서 비밀리에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납북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3월과 5월 두차례 동남아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관계자들과 비밀 접촉했다고 양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위한 환경정비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올가을에라도 평양에 고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으나 양국 간 입장차 등으로 협상은 현재 정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북일 비밀 접촉은 올해 3월과 5월 모두 동남아의 같은 주요 도시에서 진행됐다. 이 도시가 어디인지는 보도에 언급되지 않았다.
소규모 비공식 모임에서 양국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진행됐으며 북한은 일본과 대화에 의욕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참석자들은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기시다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전달했다.
북한에 일본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부정하지 않았지만 '납북피해자'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비밀 접촉에서도 일본 정부가 일본인 납북자 전원의 조기 귀국을 요구하는 데 대해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접근하는 등 국제 정세 변화도 있어 북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교섭은 현재 정체된 상태로 알려졌다.
일본 총리관저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의 취재에 올해 봄 북일 간 비밀 접촉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일본 정부 측은 접촉한 조선노동당 관계자가 김 위원장과 가까운 당직자로 이어질 수 있는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일련의 양국 간 접촉은 기시다 총리와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에게 보고됐다.
기시다 총리는 올해 5월 27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인 납북자의 귀국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2002년 북일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의한 일본인 피해자의 귀국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통한의 극치"라며 "정부로서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북일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갖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후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 회담할 뜻을 밝혀 왔다.
이런 제안에 대해 북한은 5월 29일 외무성 부상 담화에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납치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자국민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됐으며, 그중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 후 일시적 귀환 형태로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여전히 북한에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은 아예 북한에 오지 않았다며 해결할 납치 문제 자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납치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일본과 국교 정상화 이후 경제협력을 기대하는 북한과 입장차도 큰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계속 정부 고관을 파견할 타이밍을 찾고 있지만 총리관저 관계자는 "곧바로 사태가 움직이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보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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