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이불 킥' 만드는 생각의 흐름…우울 치료 단서 될까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자신이 과거에 했던 부끄러운 행동 같은 흑역사가 떠오르면서 '이불 킥'을 하곤 한다.
뇌과학계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되새기는 걸 소의 되새김질에 빗대 '반추'라고 한다.
반추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매몰돼 이를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반추는 주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영역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폴트 모드는 사람이 휴식 상태에서 아무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하는 뇌의 영역이다.
이른바 '멍을 때리는' 동안 사람의 뇌도 쉬는 것 같지만, 실제로 뇌 속에서는 실제로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는 생각의 흐름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를 '마음의 방랑'으로 표현하는데, 이런 흐름의 경로가 특정 생각에 계속 고이게 되면 보면 자주 반추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불 킥처럼 한 차례 생각만 나고 털어버리는 것과 달리, 생각의 흐름이 우울한 방향에 고여버리면 반추를 통해 우울로 빠지게 되는 경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충완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부단장(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이런 생각 흐름을 토대로 개인의 우울과 불안을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해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피험자에게 자유연상을 통해 여러 단어를 만들게 하고, 단어들의 긍정이나 부정을 평가하게 해 어떤 형태로 생각이 자유롭게 전개되는지를 본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피험자의 경우 후회, 여자친구, 기다림, 걱정, 외로움, 실망 등의 단어에서 슬픔이라는 단어로 되돌아오는 게 반복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경우가 우울함이 커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 부단장은 "보통 사람은 우울한 생각이 스쳐도 짧게 지나갈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블랙홀처럼 빠져들 수 있다"며 "우울한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경향이 자주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렇게 반추가 부정적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 우울뿐 아니라 치매 위험도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정신과 나탈리 마찬트 교수팀은 55세 이상 성인 대상 연구에서 반복적 부정적 사고가 인지능력 저하를 키웠다는 연구 결과를 2020년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에 발표하기도 했다.
뇌과학자들은 사람의 생각 흐름을 읽으면 우울, 치매 등의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다.
우 부단장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뇌 활동 패턴에서 반추를 예측하는 뇌 연결 지도를 만들어 지난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우 부단장은 "인과가 확실하진 않지만, 생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면 기분도 바꿀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심리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도 생각이 일으키는 영향을 수정하기 때문인데, 이를 뇌 활동과 연결을 지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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