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대학살 공모' 르완다 전직 의원 프랑스서 체포
시민단체 고발 후 프랑스 수사 당국 추적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1994년 르완다 대학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르완다의 전직 고위 관리가 지난 19일 프랑스에서 체포돼 기소됐다고 AFP 통신이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체포된 사람은 르완다 키부예 지역의 주지사 및 하원 의원 출신인 피에르 카욘도다.
프랑스 북부 항구 도시인 르아브르에 거주해 온 것으로 알려진 그는 체포 이후 대량학살 및 반인도 범죄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르완다 시민단체 연합(CPCR)이 그를 고발한 이후인 2021년부터 그의 행방을 추적해 왔다.
당시 이 단체는 카욘도가 학살 조직에 가담하고 무장 단체 설립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 4월 6일 다수 종족인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격추돼 숨지자 다음날부터 약 100일간 소수 종족인 투치족과 이에 동조하는 후투족 일부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당시 희생된 사람만 80만명에 달한다.
이후 르완다는 당시 현지에 주둔했던 프랑스군이 학살 가담자들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그들의 도피를 도와 일부가 프랑스에 정착할 수 있었다며 프랑스 책임론을 꾸준히 제기했다. 르완다는 과거 벨기에 식민지였으나, 1970년대부터 같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프랑스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자국의 학살 방조론이나 책임론을 계속 부인해 오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2019년 5월 대학살 당시 프랑스의 과오가 없었는지 따지기 위해 르완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진상조사위는 2021년 3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 시절 프랑스가 "인종 차별적인 학살을 부추기는 정권에 연루돼 있었다"면서 학살을 멈추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 등 "무겁고도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당시 프랑스 정부가 르완다 정부에 무기를 공급하는 등 학살에 공모했다고 의심할만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실제 르완다 대학살에 가담한 자들이 주로 도피한 나라 중 한 곳이다. 2014년 이래 프랑스에서만 전직 첩보부장, 전직 시장 2명, 전직 고위 관리 등이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현재 또 다른 헌병 장교가 재판받고 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