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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日, 초고령사회 16년 지났지만 시행착오 여전…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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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日, 초고령사회 16년 지났지만 시행착오 여전…반면교사 삼아야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은 전 세계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나라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경로의 날'을 앞두고 9월 15일 현재 시점에서 추계한 65세 이상 인구는 3천623만명으로, 전체 인구 중 29.1%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로 분류한 고령화 사회(7%)와 고령 사회(14%)를 지나 초고령사회(일본 기준은 21%)에 진입하고서도 인구 고령화는 멈출 기미가 없다. 일본은 1970년 7.1%를 기록한 뒤 1995년 14.6%를 거쳐 2007년 21.5%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이미 16년이 지났다. 총무성이 유엔 인구추계 자료를 활용해 지난 7월 현재 인구 10만명 이상 국가(지역) 200곳의 65세 이상 인구 추정 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본의 고령자 인구 비율은 2위인 이탈리아(24.5%)와도 차이가 크다. 이 조사에서 상위 10위권에는 핀란드(23.6%), 푸에르토리코(23.4%, 5위), 포르투갈(23.3%), 그리스(23.1%), 독일(22.7%), 불가리아(22.3%) 등이 포함됐다.



심각한 인구 고령화는 일본 사회 곳곳에서 느껴진다. 지하철에는 납골묘를 소개하는 광고 패널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가정에 배달되는 신문에는 수시로 유료 실버타운 전단이 껴있다. 정부의 각종 복지 정책이나 정년제도 등 각종 사회 시스템도 인구 고령화에 맞춰 변화돼왔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는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2021년부터 기업이 정년을 70세까지 늘리거나 희망하는 근로자에게 계약직 재고용 등을 통해 70세까지 계속 고용을 보장하도록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올해 들어서는 인지증(치매) 환자가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의 정책 노력을 규정한 '인지증기본법'도 제정했다. 하지만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초고령 사회의 문제를 제일 먼저 맞고 있는 만큼 곳곳에서 허점도 드러난다.
지난 7월에는 도쿄도 에도가와구의 20대 하급 공무원이 생활보장 대상자인 65세 노인의 사망 사실을 전해 듣고도 두 달 보름가량 시신을 방치한 사실이 알려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 공무원은 올해 1월 10일 왕진 의사로부터 노인이 자택에서 숨졌다는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3월 27일 한 복지용품 사업자가 노인 집을 방문했다가 시신을 발견,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신을 방치해온 사실이 드러나 구청으로부터 징계받았다. 문제의 공무원은 어처구니없이 부실하게 업무를 처리한 이유로 "일이 밀려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문제의 직원은 연차에 비해 업무 부담이 과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생활보장 업무를 맡는 현장 공무원은 지역에 따라 과중한 부담을 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에도가와구는 문제 발생의 원인을 확인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설치했다.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제도 집행상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자체가 미비한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도움을 청할 친인척조차 없이 홀로 사는 노인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들의 병원 입원이나 시설 입소 때 신원 보증 등을 제공하는 '고령자 서포트 사업'이라는 신종 서비스 업체가 늘고 있지만 규제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들 사업자를 감독해야 할 관할 관청이 어디인지조차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불만도 자주 일어난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처음으로 이들 사업자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응답한 204개 사업자 중 78.8%는 중요사항 설명서를 가졌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입회금을 받는 사업자 중 환불 규정이 없는 경우도 21.2% 달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행정 업무 가운데는 의외로 죽음과 관련된 문제도 적지 않다. 총무성이 지난 13일 발표한 '묘지 행정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면 공영 묘지·납골당 시설을 둔 기초 지자체 765곳 중 58.2%인 445곳이 고인을 찾는 연고자가 없는 '무연고 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지자체 238곳은 묘지 관리료 체납으로 무연고 묘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는 갈수록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무연고 묘지의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있어 처음 실시된 것이다. 총무성은 '묘지 매장법' 소관 부처인 후생노동성에 조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지자체에 연고자 정보를 미리 파악해두게 하고 무연고 묘의 이장을 둘러싼 묘석 처리 등 미비한 규정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은 일본 총무성의 조사에서 지난 7월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8.4%로 추계됐다. 역시 10위권 밖인 프랑스(22.0%)나 캐나다(19.5%), 영국(19.5%)보다는 낮지만 미국(17.6%)이나 중국(14.3%), 인도(7.1%) 등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인구 고령화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겹치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65세 이상 비율은 7.2%였으나 2018년 14.4%로 높아졌고 2025년에는 20.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37년이 걸렸다면 한국은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예상 못한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나올 우려가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 16년째에도 여전히 미비한 사회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고 있는 일본의 대응을 반면교사로 삼아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ev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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