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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발언대] "시각장애인 온라인 쇼핑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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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발언대] "시각장애인 온라인 쇼핑 도와줘요"
서울대 학내 소셜벤처 '시공간' 이끄는 오주상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인터넷으로 물품을 사는 온라인 쇼핑은 편리하고 접근성 높은 쇼핑 수단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디지털 공간 속의 이미지나 버튼을 설명해 주는 대체텍스트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이런 현실이라서 서울대 재학생 창업 소셜벤처인 '시(視)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설립 3개월 만인 지난 8월 시각장애인의 온라인 쇼핑을 보조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디지털 공간에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계속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오주상(23) 시공간 대표를 만나 창업 얘기를 들었다.


시공간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첫 번째로 개발한 서비스가 온라인 쇼핑 도우미 앱 '픽포미'(Pick for Me)다.
앱 이름이 시사하는 것처럼 핵심 기능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인을 대신해 가장 적합한 상품을 골라주는 것이다.
시험 삼아 기자가 '100만원대 노트북을 사고 싶다'는 내용으로 픽포미에 상품 추천을 의뢰하자 28분 만에 채팅창을 통해 구매 링크가 포함된 추천 리포트가 도착했다.
시각장애인이 리포트에 기재된 구체적인 상품 정보를 스크린리더(화면 속 정보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로 확인한 뒤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구매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처럼 픽포미는 원하는 물건 종류와 조건을 입력하면 가장 적합한 상품 3개를 1~2시간 이내에 추천해 준다.


시각장애인이 접근해 파악하기 어려운 쇼핑몰 상세 페이지 내용을 설명해 주는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채팅창을 통해 전달되는 추천 리포트는 픽포미 매니저로 불리는 사람이 작성한다.
보안 키패드 누르기 등 결제 과정에서 넘어야 하는 장벽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추천받은 상품을 실제로 구입하기는 어렵다.
시공간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구매 대행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픽포미에는 AI(인공지능)가 요구 조건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분석해 주는 메뉴도 있다.
오 대표는 대화형 AI 챗봇을 구현하기 위해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 앱은 시각장애인 대상 시연회에서 단순한 구성으로 사용 편의성이 높은 점 외에 AI가 아닌 사람(픽포미 매니저)이 제공하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들었다고 한다.
"저시력 장애인을 포함한 국내 시각장애인이 약 25만 명입니다. 이들이 나홀로 온라인 쇼핑을 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웹사이트에 있는 상세 이미지 해독입니다. 이미지에 중요 정보가 들어 있는데 대체텍스트가 붙지 않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겁니다. 이 문제 해결에 중점을 뒀습니다."


시공간 현 팀원은 병역을 마치고 전기정보공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오 대표를 포함해 6명이다.
이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향하는 소셜벤처 국제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에서 활동하며 시각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오 대표는 시각 장애를 주목한 배경에 대해 "인터넷 공간에서 비장애인과 비교한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향유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액터스 내 프로젝트팀 시절에 시공간이 개발한 것은 시각장애인이 책이나 영상, 음악 같은 다양한 자료를 즐길 수 있게 AI를 활용해 텍스트로 묘사해 주는 서비스였다.
시공간은 이 서비스를 앞세워 올 2월 열린 제2회 전국 장애·비장애인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뒤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창업지원 사업(예비창업패키지)의 소셜벤처 트랙에 선정됐다.
이를 통해 확보한 7천만원이 올 5월 정식 기업으로 닻을 올리는 종잣돈이 됐다.


소셜벤처로 틀을 잡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는 단계인 시공간은 픽포미 말고도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 차단 장벽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I와 사람이 이미지 콘텐츠를 설명해 주는 시각자료 묘사 서비스 '봄자국'을 이미 내놓았고, 대체텍스트 제공 솔루션인 '글공방'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오 대표는 사업 특성상 수익 모델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 이미지로부터 설명글을 추출하는 AI 기술 등을 적용한 글공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의 비(非)텍스트 콘텐츠에는 대체텍스트가 삽입돼야 한다.
대체텍스트가 붙어 있는 경우라면 시각장애인도 스크린 리더를 활용해 비텍스트 콘텐츠 정보를 무난하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는 대체텍스트 삽입 의무화 규정이 권고 수준의 느슨한 규제인 데다가 기업 입장에선 비용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연내 출시 예정인 글공방은 AI와 사람이 함께 대체텍스트를 만들어 주는 플랫폼이라며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에 유용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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