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백악관 대신 뉴욕서 네타냐후 만나 "견제와 균형" 강조(종합)
美, 사법부 무력화 등 네타냐후 강경정책에 우려…"솔직·실질적 대화"
이스라엘·사우디 관계정상화도 논의…네타냐후 "역사적 평화 구축 가능"
(카이로·워싱턴=연합뉴스) 김상훈 강병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하고 이스라엘 사법 개혁 문제, 팔레스타인 문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간 관계 정상화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9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회담은 백악관이 아닌 뉴욕에서 진행됐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이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각종 강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바이든 정부의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과 이스라엘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1시간 넘게 만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양국의 오랜 우호 관계를 강조하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의 역사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며 "이 평화는 오래 유지되면서 이슬람권과 유대 국가의 화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진정한 평화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추진 중인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정상화 협상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것이다.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와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이스라엘은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이 아브라함 협약 확장의 큰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우리가 함께하면 역사를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란과 같은 위협에도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하지만 분명하고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이라며 "우리는 그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과 같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으로 가는 길을 지키는 방식,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 등 어려운 문제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생각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약속은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이스라엘의 정상은 통상 취임 후 몇 주 안에 백악관으로 초청받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극우 세력 등과 손잡고 재집권한 뒤 팔레스타인 합병 등 대팔레스타인 초강경 정책 기조와 사법부 무력화 입법 등을 예고한 네타냐후를 만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사법 개혁안과 관련해 타협 방안을 찾을 것을 압박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 풀 기자단에 사법개혁 안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 변화를 묻는 말에 "타협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이슈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이번에도 다시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요구하는 상호방위조약에 대해서는 "이번 협상에는 여러 구성 요소가 있으며 안보 요소도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정상화와 관련한 팔레스타인 측 요구와 관련해서는 "이번 협상은 패키지"라면서 "그것이 전체적인 협상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이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연내에 워싱턴DC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날짜나 어떤 것도 명확하게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이날 회담에 대해 "두 정상은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솔직하고 직접적이며 실질적인 대화를 했다"면서 "두 정상은 견제와 균형을 포함한 민주주의 가치, 이스라엘 민주주의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폭넓은 컨센서스 등 어려운 이슈에 대해서도 대화했다"고 전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7월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부가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처리하자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변화가 계속되려면 가능한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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