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경제협력?…北노동력 제공·나진~하산 철도운행 재개 거론
北, 러에 팔 물건 적고 러시아산 제품 수입할 돈도 없어…상품-돈 주고받는 방식은 난망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열린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 분야 협력도 논의 중인 가운데, 실질적 교류는 노동력 공급 등에 한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과 현지 매체 프로필 등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12~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러 기간 군사 분야 외에도 경제, 관광 등 분야 협력 계획에 의견을 나눴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2020년 1월 이후 3년 넘게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으로서는 경제난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1991년까지 옛소련은 북한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었다.
당시 양국 교역 규모는 22억달러(약 3조원) 정도로, 전체 북한 대외무역의 53.3%를 차지했다.
그러나 옛소련 붕괴 후 경제교류는 단절됐다. 2005년 양국 교역 규모는 2억3천320만달러(약 3천억원)까지 늘어났지만, 현재는 5천만~1억달러(약 660억∼1천3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역 규모 축소 이유로는 북한 핵실험 등에 따른 유엔의 대북 제재, 코로나19 팬데믹 등 영향 등이 꼽힌다.
하지만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이를 분석하는 의견도 있다.
우선 러시아가 북한이 판매할 상품 대부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2015년 유엔의 대북 제재가 급격히 강화되기 전 북한의 주요 수출품은 석탄을 비롯해 철광석·납·구리 등 광물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러한 지하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굳이 북한산을 사들일 이유가 적다는 것이다.
수산물도 북한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지만, 대부분 러시아인은 북한산 명태와 오징어 등 구입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북한의 심각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이 제값을 주고 러시아에서 물품을 수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천300달러(약 170만원)로 아프리카 우간다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이 러시아에 팔 물건은 적고, 제대로 된 가격으로 러시아산 제품을 수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향후 북러 간 경제협력이 상품과 돈을 주고받는 전통적 방식으로 활성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전문가들 관측이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이 이뤄진다면 북한측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숙련된 노동력을 러시아에 새롭게 공급하는 방안이 꼽힌다.
북한은 1946년부터 옛소련과 러시아에 노동력을 공급해 왔다.
초기 수산업 분야에서 주로 일했던 북한 근로자들은 1960년대 중반 들어 벌목업에도 종사했고, 1990년대 말 이후로는 주로 건설업에 투입됐다.
앞서 2017년 12월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9호는 제3국에서 북한 노동자를 이용하는 것 등을 금지했다.
또 다른 경제협력 방안으로는 러시아산 물품을 북한 항구를 통해 수출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북러 정상회담 기간 양국은 북한 나선시 나진항∼러시아 연해주 하산 철도를 통한 수송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2001년 북러 정상 합의에 따라 시작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연해주 하산역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를 복원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2008∼2014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한 뒤 이를 이용해 시베리아산 석탄을 나진항으로 운송해 중국 등으로 수출해왔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북한이 러시아와 국경을 봉쇄하고 철도 운송 등을 중단하면서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은 "북한과 러시아는 하산역과 나진항을 잇는 철도를 갖고 있으며 양국이 이를 관리한다"며 "이 철도는 (양국 관계의)미래이며, 발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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