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이주민 비상사태' 초강경 대응…구금 135일→18개월 확대
멜로니 총리 "아프리카 전체에 분명한 메시지 될 것"
"보렐 EU 고위대표, 좌파 정당들이 이주민 해결책에 반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18일(현지시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이주민 유입을 막기 위해 초강경 조치를 내놨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날 총리 관저인 로마 키지궁에서 내각회의를 열고 이주민 비상사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조치를 승인했다고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망명 자격이 없어 출국 명령을 받은 이주민을 국외로 추방할 때까지 최대 18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탈리아 현행법은 출국 명령을 받은 이주민이 즉시 출국할 수 없을 경우 본국 송환이 가능할 때까지 해당 이주민을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 규정은 구금 기간이 135일을 넘길 수 없도록 했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구금 기간은 그 4배인 18개월로 대폭 확대됐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주민 대다수가 경제적인 이유로 이탈리아로 향하기 때문에 망명 자격이 없어 추방 대상으로 분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치는 법적인 체류권이 없는 이주민들을 본국으로 더 많이 송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멜로니 총리는 내각회의 뒤 "밀항업자들에게 의존해 이탈리아 법을 어기고 이탈리아에 도착하면 구금된 뒤 송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아프리카 전체에 매우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구금 시설을 새롭게 짓는 데 2년 동안 약 2천만유로(약 283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멜로니 총리는 "더 이상의 불편과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구금 시설은 인구 밀도가 낮은 외딴 지역에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멜로니 총리는 불법 이주민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지난해 10월 집권에 성공했으나 그의 재임 기간 이주민은 되레 급증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해상을 통해 이탈리아에 입국한 이주민은 약 12만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통해 들어왔다.
북아프리카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람페두사섬에는 이번 주 들어 불과 사흘 사이에 8천500명에 달하는 이주민이 보트를 타고 상륙했다.
멜로니 총리는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함께 람페두사섬을 방문해 EU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청하기도 했다.
람페두사섬 등을 통해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이주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멜로니 총리는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멜로니 총리가 그 책임을 외부에 떠넘겼다고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전했다.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멜로니 총리가 이날 내각회의에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국내외 좌파 정당들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는 "일부 이탈리아와 유럽 정당이 이념적 이유나 정치적 계산으로 인해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저으며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해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지금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서한, 유럽 사회당의 호소문, 그리고 좌파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렐 고위대표에 대한 언급은 그가 지난 7일 올리베르 버르헤이 확대 담당 집행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EU가 지난 7월 튀니지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비판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EU는 튀니지 정부에 이주민 출항을 단속해 주는 대가로 10억유로(약 1조4천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들은 북아프리카에는 출항을 중단시키거나 불법 이주민을 송환하는 데 동의할 수 있는 안전한 국가가 없다고 주장한다"며 "기본적으로 유럽 좌파는 대량 불법 이주민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만들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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