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국 국왕·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에 '초특급 경호'
20∼22일 찰스 3세 국왕 부부 국빈 방문…파리·보르도서 일정
22∼23일 프란치스코 교황 남부 마르세유 찾아 대규모 미사 집전
경찰·헌병 총동원…내무장관, 각 부처에 '이동 자제' 권고도
(파리·런던=연합뉴스) 송진원 최윤정 특파원 = 프랑스 당국이 이번 주 찰스 3세 영국 국왕 부부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다.
럭비 월드컵이 진행되는 와중에 대형 이벤트가 줄줄이 열려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일말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가용할 수 있는 경찰과 헌병을 최대한 동원해 안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오는 20일∼22일 프랑스를 처음 국빈 방문한다.
찰스 3세의 이번 프랑스 방문은 브렉시트 이후 이웃 나라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껄끄러운 관계를 복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당초 즉위 후 처음으로 지난 3월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고 이어 독일로 향할 계획이었으나 프랑스 연금 개혁 반대 시위 탓에 독일을 먼저 다녀왔다.
영국 국왕의 프랑스 국빈 방문은 2014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처음이다. 찰스 3세는 2019년 왕세자 시절 노르망디 상륙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방문한 이래 처음이자, 35번째 공식 방문이다.
찰스 3세 부부는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함께 개선문 앞 무명용사의 묘에서 추모식을 하는 것으로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이후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 내려와 엘리제궁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찰스 3세 부부는 군중들과 직접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찰스 3세와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엘리제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파리 외곽의 베르사유 궁전으로 이동해 '거울의 방'에서 국빈 만찬을 갖는다.
이튿날인 21일 찰스 3세는 프랑스 상원에서 상·하원 의원들에게 연설한다. 커밀라 왕비와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새로운 프랑스-영국 문학상을 제정할 예정이다.
찰스 3세와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 비즈니스 리더들을 위한 리셉션에 참석해 생물 다양성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 계획도 듣는다.
찰스 3세 부부는 22일 보르도를 찾아 양국 군 장병을 만나 국방 협력 방안을 듣고, 지속 가능한 와인 제조 방식을 개척한 유기농 포도밭도 둘러본다.
찰스 3세 부부가 돌아가는 날 남부 마르세유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르세유의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교회 밖에서 유럽 땅을 밟으려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이주민들을 추모하고, 이튿날인 23일 벨로드롬 경기장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한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 미사에 직접 참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동 경로에는 최소 10만명, 미사가 열리는 경기장에는 5만7천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찰스 3세와 교황의 방문 기간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물샐틈없는 경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수요일인 20일엔 8천명의 경찰과 헌병이 투입되고, 이후 투입 인원은 1만명, 1만2천명으로 늘다 토요일인 23일엔 전국적으로 3만명의 인력이 투입될 계획이다.
특히 23일 파리를 비롯해 여러 지방에서 경찰의 폭력적 공권력 행사에 반발하는 집회까지 예정돼 있어 사실상 가용 인력을 '영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주 경찰 조직을 관장하는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각 부처 장관에게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하라"고까지 권고했다. 장관들이 일정을 다닐 때마다 경찰이 동원돼야 하니 인력을 아끼자는 취지다.
최근 예멘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프랑스에 테러 위협을 가한 것도 당국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파리 올림픽을 1년도 채 앞두지 않은 시점에 프랑스가 얼마나 보안 대책을 잘 갖췄는지 시험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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