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미토콘드리아 DNA가 모계로만 유전되는 이유 찾았다
美 연구팀 "성숙한 정자 속 미토콘드리아 100여개뿐…온전한 DNA도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인체 세포에 있는 DNA는 모두 부모로부터 절반씩 물려받지만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DNA(mtDNA)는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토콘드리아 DNA가 모계유전 되는 것은 성숙한 정자에 온전한 mtDNA가 거의 없어 부계 mtDNA가 수정란에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와 토머스제퍼슨대 드미트리 테미아코프 박사팀은 19일 과학저널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에서 성숙한 정자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매우 적을 뿐아니라 그 속에 온전한 DNA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든 미토콘드리아 DNA가 난자 세포에서 왔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는 모든 신체 세포에 수천개씩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정보가 오직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mtDNA가 모계유전 되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성숙한 정자가 난자로 발달하는 난모세포와 결합한 직후 면역반응과 유사한 과정을 통해 정자 속 부계 mtDNA가 제거되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그러나 연구팀 분석 결과 정자의 mtDNA는 난자와 수정된 후 제거되는 게 아니라 성숙한 정자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수 자체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그 속의 DNA도 대부분 온전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탈리포프 박사는 "난자와 수정되는 정자 속에 미토콘드리아가 100개 정도밖에 없고 미토콘드리아 안에도 온전한 DNA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정자 세포에 온전한 mtDNA가 없을 뿐 아니라 mtDNA 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인 '미토콘드리아 전사인자 A'(TFAM)도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탈리포프 박사는 이처럼 정자가 mtDNA에 기여하지 못하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정자가 성숙하고 난자와 수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미토콘드리아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자가 미토콘드리아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돌연변이가 축적돼 mtDNA가 부실해지지만, 난모세포는 미토콘드리아가 아닌 주변 세포에서 에너지를 끌어오기 때문에 난자의 mtDNA는 온전한 상태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또 정자에 남아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100여개에 불과한 반면 난자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수십만 개나 있어 수정 후 부계 mtDNA가 모계 mtDNA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온전한 상태의 모계 mtDNA가 후대에 전달되면 mtDNA 돌연변이 축적으로 인한 질병 위험도 줄어 진화적으로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토콘드리아는 모든 신체 세포에서 호흡과 에너지 생산을 제어하기 때문에, mtDNA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에너지 소모가 많은 심장, 근육, 뇌 등에 치명적인 장애나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인간의 생식 능력과 생식 세포 관련 질환 치료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논문 교신저자인 테미아코프 박사는 "정자의 성숙과 수정 과정에서 TFAM의 기능을 밝혀내면 특정 불임 질환을 치료하고 보조 생식 기술의 효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논문 출처 : Nature Genetics, Shoukhrat Mitalipov et al., 'Molecular basis for maternal inheritance of human mitochondrial DNA', http://dx.doi.org/10.1038/s41588-023-01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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