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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브로맨스에 시진핑은 갑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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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브로맨스에 시진핑은 갑갑해진다
NYT 판세분석…북러 대중의존 줄여 '마이웨이'
"中, 우크라전 종식·북핵 억제에 영향력 위축"
왕따들과 묶여 패권 향한 소프트파워 다칠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밀착 때문에 중국의 국제적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의 신냉전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단 나오고 있지만 중국 속내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양국 관계를 급격히 진전시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중국이 러시아와의 '무제한 협력'이나 북한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선언했지만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싹트는 '브로맨스'(남녀 연애를 방불케 하는 남자들의 우정)는 시 주석이 환영할 전개가 아니라 무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둘 다 중국에 덜 의존하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북한의 핵 프로그램 억제에 대한 글로벌 협상에서 중국이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국경 건너편에서 펼쳐지고 있는 김정은과 푸틴의 야합에 시 주석이 크게 기뻐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러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삼각관계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강국인 중국을 벗어나 더 많은 자율성과 영향력을 모색할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자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데 전략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방으로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불편한 시선을 받던 중국은 평화 중재자로 이미지를 세탁하려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중국은 올해 2월 일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해 당사국이 평화회담을 열고 각국의 주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등 12개 조항으로 이뤄진 평화안을 발표했다.
또 지난달 사우디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주도로 열린 우크라이나전 종식 국제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다만 중국의 이런 노력은 결정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포기에 대한 요구가 빠져 '가재는 게편'이라는 싸늘한 비판을 받는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에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북한 핵 및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방은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그러나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국제사회 합의에 동참한다는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대외 영향력 확대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제3세계 국가들에 우호적 손길을 내밀고 있다.
시 주석은 최근 중남미 베네수엘라에 이어 아프리카 잠비아,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등 각국 정상들을 잇달아 초청했다.
시 주석은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을 만나 "지금 개발도상국의 집단적 굴기(堀起)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가 됐다"며 양국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 기술 통제에 반발하면서도 미국과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세력확대를 꿈꾸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글로벌 왕따'인 북한, 새로 그 길을 가는 러시아와 한패로 묶이는 게 달갑지 않은 셈이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에 탄약을 제공하고 러시아로부터 위성기술 등을 지원받는 군사협력뿐 아니라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사회과학원 러시아·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의 샤오 빈 연구원은 북러간 정치·경제 협력이 중국에 과도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군사협력에 핵무기나 핵무기 운송 수단이 포함된다면 동북아 불확실성을 높이고 중국의 주변 안정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러 밀착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일단 신중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논평 요청에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按排)"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이어진 우호적인 이웃으로 현재 양국관계는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다"며 "우리 양국은 최고지도자들이 달성한 공동 인식을 이행하며 영역별로 교류·협력을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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