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몰렸던 美 텍사스 법무장관, 상원서 간신히 모면
탄핵 사유 조항 "무죄" 판단…지난 5월 하원에선 압도적 통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혈세를 이용해 자신의 부패 혐의를 고발한 직원과 합의하려다 탄핵 위기에 놓였던 미국 텍사스주 법무장관이 간신히 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1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텍사스 주의회 상원은 이날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부결시켰다.
30명으로 구성된 텍사스주 상원은 지난 9일간 그에 대한 탄핵안을 심리한 뒤 16개의 탄핵 사유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또 이번 심리에서 다루지 않은 4개 사유는 기각했다.
탄핵안이 통과하려면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지만, 공화당 상원의원 대부분이 팩스턴 장관을 지지했다. 역시 상원의원인 그의 아내는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로써 지난 5월 20개 사유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의결돼 직무 정지가 된 팩스턴 장관은 이번 평결로 3개월여만에 장관직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팩스턴 법무장관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같은 당 소속 의원 상당수가 등을 돌리면서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찬성 121표, 반대 23표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탄핵안이 통과된 바 있다.
2014년 증권법 위반, 2015년 증권 사기 혐의로 각각 기소되는 등 오래전부터 각종 스캔들에 시달려 온 팩스턴 법무장관은 그의 사무실에서 일하던 보좌관들이 2020년 그의 부패 및 직권남용 혐의를 폭로한 일과 관련돼 있다.
당시 연방수사국(FBI)이 팩스턴에게 정치자금을 대던 텍사스 부동산 개발업자 네이트 폴과 팩스턴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었는데, 보좌관들은 팩스턴이 FBI 수사를 방해하고 폴을 돕는 일에 자신들을 동원했다고 고발했다.
이후 이들은 해고되는 등 보복을 당하자, 텍사스주의 내부고발자 보호법에 따라 팩스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불리한 처지에 몰린 팩스턴은 올해 2월 소송을 마무리하는 대신 보상금으로 330만 달러(약 43억9천만원)를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면서 보상금 지급을 위해 주 정부 기금을 쓰게 해달라고 주의회에 승인을 요청했고, 이에 이런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하원에서 탄핵 절차를 밟았다.
팩스턴 장관은 이날 상원의 평결 후 "진실이 승리했다"며 "진실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정치인이나 그들의 강력한 후원자들에 의해 묻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함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을 공격하는 데 앞장서 공화당 강경파의 지지를 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소셜미디어에 "켄 팩스턴을 풀어줘라"라는 글을 올려 그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상원 평결에도 팩스턴 장관은 여전히 중범죄 증권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별도의 FBI 수사를 받고 있는가 하면 2020년 대선을 뒤집으려는 시도로 텍사스에서 변호사 자격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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