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현피' 머스크-저커버그, 콜로세움 대신 의회서 첫 대면
'격투 설전' 후 첫 만남, 美의회 AI 규제 회의 참석…머스크 "그가 원한다면"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직접 대화 여부 등은 알려지지 않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세기의 현피'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격투기 케이지 아닌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했다.
13일(현지시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주도로 미 의회에서 열린 AI 인사이트 포럼에서다.
이들은 지난 수개월간 종합격투기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인다는 뜻의 은어)'를 두고 입씨름을 벌여온 터라 이날 대면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6월 설전이 시작된 이후 이들이 공식적으로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들은 지난 7월 개최된 세계 미디어·테크 업계 거물들의 사교모임인 '앨런&코 콘퍼런스'(선 밸리 콘퍼런스) 자리에서 마주칠 가능성에 주목했으나, 저커머그만 참석하고 머스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대면이 불발됐던 바 있다.
CNN 방송은 "두 사람이 한 방에 자리한 것은 서로 케이지 격투를 벌이자고 도전하기 시작한지 수개월만에 처음으로 알려졌다"며 관심을 보였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이날 오전부터 열린 AI 규제 논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둘 다 '트렁크'가 아닌 정장을 입었다.
회의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져 하루 종일 열렸다. 이들은 한 공간에서 많은 시간 동안 함께 했지만, 대면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는 이들 외에도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빅테크 CEO뿐만 아니라 미 상원의원들, 노동, 시민단체 등 수십명이 모였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자리도 떨어져 앉았다. 이들은 반 타원 모양의 긴 테이블 양 끝 부근에 앉았다.
다만, 머스크는 회의가 끝난 뒤 의회를 빠져나가면서 격투기 대결에 대해 언급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그가 원한다면"(If he wants to)이라고 말하며 '현피' 가능성이 꺼지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저커버그는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의회를 빠져나갔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지난 6월부터 종합격투기를 벌이는 방안을 두고 온라인 설전을 이어왔다.
메타의 '트위터 대항마' 격 앱인 스레드 출시에 대해 비꼬는 글을 올린 머스크가 "저커버그가 주짓수한다는데 조심하라"는 누군가의 댓글에 "나는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한 것이 발단이 됐다.
두 억만장자는 여러 차례 서로를 도발하며 '현피'가 구체화하는 듯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현재로선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투사들이 맹수들과 결투를 벌인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고대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이 격투 장소로 거론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자신이 대결 날짜를 제시했고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데이나 화이트 회장이 자선경기로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머스크가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머스크의 전기를 쓴 작가 아이작슨은 지난달 13일 머스크로부터 받았다는 문자 대화 내용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했는데, 여기에서 머스크는 저커버그에게 직접 "다음 주 당신 집에서 연습 한 번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답신을 통해 "당신이 아직 정말로 종합격투기(MMA) 대결을 원한다면 스스로 훈련한 뒤 결투할 준비가 됐을 때 내게 알려야 할 것"이라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난 일어나지 않을 일을 계속 과장하고 싶지 않다"며 "당신이 결투를 하겠다고 바로 결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들의 '결투' 설전은 2016년 머스크의 스페이스X 위성 로켓이 폭발했을 때 이를 두고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깊이 실망했다"고 쓴 이후 7년여간 이어진 신경전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인사이더는 "이들 둘은 수년간 사적 자리에서 서로에 대해 불평을 해왔다고 한다"며 "저커버그는 머스크가 기술적 선구자로서 누려온 대중적 인정을 갈망해왔고, 머스크는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으로 빨리 성공한 것을 보며 초조해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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