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장 부작용…연장논의 신중해야"
경총, 2013∼2022년 고령자 고용지표 분석
"고령 취업자중 상용직은 35%…고용률 늘었지만 일자리 질적개선엔 미흡"
"정년 법제화로 청년층 취업난 심화·세대간 일자리 갈등"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2013년 이후 고령자 고용 지표는 개선됐지만, 일자리의 질적 개선은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년 법제화로 인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 심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4일 '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장의 과제' 보고서에서 지난 2013∼2022년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고용률과 상용직 비중 등의 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3년 48.3%에서 지난해 53.1%로 4.8%포인트 증가했으며, 고용률은 47.4%에서 51.7%로 4.3%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15세 이상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폭(2.2%포인트)과 고용률 증가 폭(2.3%포인트)보다 2배가량 높았다.
다만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령 취업자 중 절반 이상이 임시·일용직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로,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고령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35.1%로 15∼54세 핵심 근로 연령층의 상용직 비중(65.6%)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 고령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27.7%)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31.7%)이 각각 17.4%, 12.5%인 핵심 근로 연령층 취업자의 구성 비중보다 높았다.
또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10년간 정년퇴직자보다는 조기퇴직자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경총은 밝혔다.
정년퇴직자는 2013년 28만5천명에서 지난해 41만7천명으로 46.3% 증가했지만, 명예퇴직·권고사직·경영상 해고 등으로 발생한 조기퇴직자는 32만3천명에서 56만9천명으로 76.2% 늘었다.
이는 정년 법제화가 기업의 임금 등 직접노동비용은 물론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 부담까지 크게 늘린 것과 관련이 있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한국 기업은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가 보편적이기에 법정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이 특히 크다는 것이다.
경총은 나아가 정년 60세 의무화가 고용 여력이 있고 고용 안정성과 근로조건이 좋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부문에 정년 연장의 혜택이 집중되도록 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동시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일자리 안정성이나 임금 등 질적인 면에서 양극화, 분절되는 구조를 말한다.
경총은 정년 법제화로 혜택을 받은 고령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청년층 취업난이 심화했고,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됐다고 진단하며 법정 정년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이 가까워지며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는 법·제도 정비 등의 과제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 임영태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올해는 정년 연장 이슈가 현장의 파업 뇌관이 되고 있다"며 "10년 전 정년 60세 법제화의 상흔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지금보다 더 연장하는 것은 아직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지 않는 정년 관련 논의는 기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크다"며 "이제는 시대적 소명을 다한 산업화 시대의 연공급 임금체계를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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