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 바라기' 선언…북러 1년새 도대체 무슨일 있었나
우크라전 뒤 '고속밀착'…러 침공 두둔부터 군사협력까지
유엔서 러 대변…우크라 점령지 합병 정당성까지 주장
이미 무기거래 정황 다수…제재 속 반서방 결속 점점 가속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격 정상회담을 하기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여간 양국간 밀착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신냉전 기류가 거세지면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맹목적 지지가 봇물 터지고 러시아도 이를 점점 더 무겁게 받아들였다.
북한은 전쟁이 발발한 지 1개월 뒤인 지난해 3월 2일과 24일 두차례에 걸쳐 유엔 총회에 상정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넉 달 지난 7월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 및 루한스크주(州) 영토를 차지한 것을 두고 "독립을 인정한다"는 표현으로 점령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해 9월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한 포탄과 로켓 등 수백만발의 탄약을 북한으로부터 구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11월에는 러시아의 5량 기차가 북한으로 들어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에 전달하기 위한 무기가 담긴 컨테이너를 적재한 후 러시아로 돌아갔다.
이 같은 정황은 백악관이 올 1월 관련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하며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자체적으로 수행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러시아 북한 사이 철도를 통해 왕래가 늘어났으며, 에너지·경제 교역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올 1월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M1 에이브럼스 주력탱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전쟁 상황을 계단식으로 확대하고 있는 미국의 처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정황이 눈에 띄게 늘어나자 미국은 견제에 나섰다.
올해 3월 미 재무부는 러시아에 북한 무기를 판매하려고 시도한 슬로바키아 국적 남성 아쇼트 므크르티체프르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뒤이어 7월에는 바그너그룹을 통해 러시아로 군수품 수송을 도왔다는 이유로 북한 국적 림영혁도 제재했다.
그러나 양국의 밀착 움직임은 더욱 속도를 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국경일인 6월 12일에 맞춰 푸틴 대통령에게 "당신과 굳게 손잡고 조로(북러) 사이의 전략적 협조를 더욱 긴밀히 해나갈 용의를 확언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7월 현직으로서는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했다.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정전기념일 70주년 행사 참석을 위해서였는데, 당시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을 직접 데리고 무기전시장을 방문하는 등 결속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국방안전분야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과 협조를 더욱 심화발전시켜 나가는데서 중요한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쇼이구 방문 직후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서환을 교환하고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러시아가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독려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지난달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 서한 등을 통해 북러간 무기 거래 협상이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쇼이구 장관의 방북에 대해서도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판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4일에는 쇼이구 장관이 방북 당시 김 위원장 면담에서 러시아와 북한, 중국까지 3국이 참여하는 연합훈련을 공식 제안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분석이 제기됐다.
당일 쇼이구 장관은 직접 언론에 나서 북한과의 연합훈련 가능성에 대해 왜 안 되겠는가, 우리는 이웃"이라고 답하기까지 했다.
같은 날 미국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 극동 지역을 찾아 푸틴 대통령과 무기 거래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는 정보를 공개했다.
그리고 결국 이날 낮 1시께 두 정상은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州)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2019년 4월 25일 정상회담 이후 4년5개월만의 대면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대면한 자리에서 통역관을 통해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언제나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는 제국주의와의 싸움에서 함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CSIS는 "북러협력은 일회성 식량·에너지 거래를 넘어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의 발전을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미사일 협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