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현장] 오지 주민의 절규…"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살릴 수 있었다"
낙석 등에 가로막혀 초기 접근 난항, 피해 키워…이틀 지나서야 구조대 첫 도착
최대 인명피해 알하우즈주 고산 마을…"외국 구조팀 왜 막는지 모르겠다" 분통
골든타임 지나자 구조 및 수색 포기…중장비 동원해 잔해 철거 본격화
'모로코 정부 허가' UAE 등 구호 손길 이어져…한국 NGO 구호 물품 트럭도 도착
(위르간[모로코 알하우즈州]=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가족 다섯명을 잃었어요. 구조대가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지난 8일 규모 6.8의 강진으로 쑥대밭이 된 모로코 알하우즈주(州)의 마을 위르간의 이재민 쉼터에서 만난 자히라 비다리(27)씨는 이번 참사로 일가족 5명을 잃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위르간은 이번 강진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알하우즈주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2901명의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알하우즈에서 나왔다.
아틀라스산맥의 고산지역에 위치한 위르간은 아름다운 산세와 2개의 하천이 합류하면서 만들어진 넓은 호수로 유명한 관광지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마을은 강진으로 쑥대밭이 됐고 주민 수백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아직도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들이 수십명에 달한다.
이 마을에는 지진 이틀만인 10일에야 구조 인력이 처음 도착했고, 이 때문에 구조팀의 성과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12일엔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구조대원들이 철수했고 무너진 건물 잔해를 중장비로 철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건물 철거 현장에서 만난 주민 모하메드 바트라(56)씨는 "이곳은 20명의 가족이 5채의 집에서 거주하던 곳"이라며 "아직도 찾지 못한 사람이 4명이지만, 이제 구조는 포기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도 이웃에 살던 동생 부부와 조카 등 3명의 가족을 잃었다는 그는 "우리처럼 오지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 이것이 이 나라의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인근 대도시 마라케시에서 이곳으로 오는 도로는 강진 직후 낙석 등으로 한동안 막혀 있어 구조대의 접근이 어려웠다. 산악지대에서 희생자가 많았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12일 기자가 탄 차량이 좁은 산악도로를 지날 때도 절벽에서 무너져 내린 돌무더기가 왕복 2차선 도로의 한쪽 차로를 막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전 세계 여러 나라가 구조팀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영국, 스페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 구조 및 구호팀의 활동만 허가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현지 주민은 "많은 사람이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왜 막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외국 구조팀이 한 사람이라도 더 왔다면 사상자 수가 조금은 줄어들고 부상한 사람들도 덜 아팠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모로코 당국은 이제 구조보다는 생존자를 지원하고 주민들의 삶터를 복구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마라케시에서 알하우즈주로 향하는 도로에는 구호 물품과 중장비를 실은 트럭이 자주 눈에 띄었다. 구조 및 구호 활동 허가받은 아랍에미리트(UAE) 국기를 단 구호품 차량도 보였다.
조용한 시골 마을인 위르간에도 이재민을 지원하러 온 봉사자들과 구호 물품을 실은 차들로 북적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이재민들이 기거할 천막을 설치하고 이들에게 전기를 제공하기 위한 발전기 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지진 현장에 도움이 손길이 전해졌다.
이날 오후 위르간 마을에는 비정부기구(NGO) 글로벌케어와 비전케어가 보내온 구호 물품 트럭이 도착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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