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국주의자들' 맞서 구소련 '큰 형님'에게 접근"
佛 르피가로 "'푸틴과 어깨 나란히' 이미지 연출…방위 협정 체결 가능성도"
전문가 "푸틴이 러 기술 어디까지 공유할지 알 수 없어" 신중론도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방의 압력에 맞서고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소련 '큰 형님'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12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르피가로는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 그가 고립을 깨고 국제 무대로 복귀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안도감을 찾고, 그동안 다른 대안이 없어 의존도를 높여 온 중국에 맞서 지렛대를 삼기 위해 구소련의 '큰 형님'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누볐다는 점, 그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역시 러시아의 스탈린과 중국의 마오쩌둥 간 라이벌 구도에서 자신의 포석을 놓기 위해 줄타기를 잘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 그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르피가로는 김 위원장이 이번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가시적으로는 그가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질적으로는 러시아에 북한의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첨단 기술을 공유받는 방위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북한이 소련 시대부터 내려오는 막대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고, 총알이나 박격포, 포탄은 구식인 경우가 많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많은 장비를 소진하고 있는 러시아군에는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올여름 두 차례나 정찰 위성을 발사했다가 기술적 결함으로 실패한 만큼 러시아의 첨단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르피가로는 지적했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북한에는 중요한 과제다.
다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단순히 사진 촬영을 넘어 방위 협정을 체결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고명현 연구위원은 르피가로에 "러시아가 자체 기술을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 의향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르피가로는 미국의 경고 역시 북한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양측의 만남과 관련해 그 어떤 무기 계약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위반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르피가로는 다만 북한 정권은 그동안의 여러 국제 제재에도 회복력을 보여왔으며, 이웃 중국의 '선의'로 제재 효과가 반감될 것이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도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유엔 내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막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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