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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조원대 빚더미 한전, 5년동안 부담할 이자만 24조원
내년 회사채 발행 한도초과 가능성…'돌려막기'마저 막힐라
내년 부채비율 1천% 넘어설 가능성도…"미래 세대 책임 전가" 지적도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가 날 것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국전력의 부채 문제와 관련해 이전 정부가 제때 전기요금 조정을 하지 않아 한전이 '엄청난 적자'를 안게 됐다며 이같이 답했다.



◇ 한전 빚 계속 늘어난다…2027년 226조원까지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겼다.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2021년 이후에만 47조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 것이 한전 총부채 급증의 주된 요인이다.
문제는 작년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을 올렸는데도 한전 수익 구조는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11일 한전 전력월보를 보면 지난 5∼6월 두 달 연속 전기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보다 높아져 '역마진 구조'가 일시적으로 해소되기는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전이 손해 구간에서 막 벗어나는 초입 정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전체 비용에서 전력 구입비가 88%가량으로 가장 많지만, 송·변전 설비 운용비와 인건비 등도 12%가량 된다"며 "전력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보다 최소 10% 이상 높아져야 한전이 겨우 적자를 면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전은 3분기 '반짝 흑자'를 냈다 4분기 다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3분기(7∼9월) 1조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10개 분기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겠지만, 4분기(10∼12월)에는 다시 약 6천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한전 역시 올해까지 연간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연결 기준 6조3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내년부터 연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00조원대로 늘어난 부채는 심각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막대한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이 대표적이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한전 부채는 올해 말 205조8천억원을 기록하고 2027년 226조3천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지난해 2조8천185억원에서 올해 4조4천억원, 2024년 4조7천억원, 2025년 4조9천억원, 2026년 5조1천억원, 2027년 5조1천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한전이 부담할 이자만 24조원 수준이다. 매일 131억원씩 이자를 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급증하는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를 감안하면 한전이 연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부채는 줄지 않을 수 있다.



◇ 고유가·고환율 '먹구름'…'부정적 시나리오' 현실되나
최근 뚜렷해진 유가와 달러화 동반 강세는 한전의 경영에 다시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한전의 이번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올해 원/달러 환율과 브렌트유 배럴당 가격이 각각 1천270원, 82.8달러일 것이라는 전제로 수립됐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을 넘고,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현재 한전으로서는 '부정적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예상보다 환율이 5%,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하는 '부정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전은 당장 내년에 6조원대의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한전채 추가 발행도 쉽지 않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현재는 작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천200억원)의 5배인 104조6천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9천억이다.
다만 영업손실이 이어지면 적립금이 줄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줄어든다. 즉 한전채 추가 발행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한전채 발행이 막히면 한전은 전기 구매 대금을 치르는 것은 물론 시설 유지·보수·투자비 집행에 어려움을 겪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한 총리가 경고한 '한전 부도' 상황이다.
환율 및 유가 고공 행진으로 '부정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별도 기준 한전의 부채비율은 올해 870%에 이어 내년 1천107%에 이른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올라 경영이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시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올라 전력도매가격(SMP)도 오르고 있다"며 "생각보다 힘든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2021∼2023년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팔아 국민들을 외부 경제 충격으로부터 보호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전이 안은 부담은 언젠가 국민이 지불해야 할 대가라는 점에서 현재 전기를 싸게 쓴 세대가 미래 세대에 비용을 전가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전기요금 심의·결정 기구인 전기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승진 한국공학대 교수는 "한전 적자는 세금으로 메우든, 미래 전기요금 추가 징수를 하든 두 가지 중 하나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cha@yna.co.kr
wi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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