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설사해도 할당된 기저귀만"…도마 오른 佛민간 탁아소
현직 기자 2명, 민간 탁아소 운영 현실 고발한 '베이비즈니스' 출간
'아이보다 돈'…담당 장관 "인력 부족 해결·감독 강화"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아이가 설사하는 데도 할당된 기저귀만 써라?
프랑스 민간 탁아소의 운영 실태를 고발한 책이 7일(현지시간) 출간돼 프랑스 사회에 파장을 낳고 있다.
당국은 당장 민간 탁아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간 르몽드,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현직 기자 2명은 1년 반에 걸쳐 민간 탁아소 운영 현황을 조사한 끝에 '베이비즈니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프랑스에선 생후 2개월∼만 3세까지 탁아소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데, 집단 탁아소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탁아소와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탁아소로 나뉜다.
이 책은 이 가운데 민간 탁아소, 특히 전국적으로 8만 개의 탁아소를 운영하는 대형 민간 업체 4곳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우선 탁아소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방치되는지를 사례로 보여준다.
두 살배기 한 아이는 탁아소 직원이 열어둔 문으로 나간 뒤 한 시간가량 길거리를 홀로 헤맸다. 직원은 이 아이가 탁아소를 나갔는지도 몰랐다.
또 다른 아이는 얼굴이 난타전을 치른 복싱선수처럼 퉁퉁 부어 집에 왔는데, 원장은 그저 "긁힌 것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탁아소 내 주방의 뜨거운 프라이팬으로부터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아이가 놀고 있다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이보다 심한 경우 아동학대·치사로도 이어졌는데, 지난해 6월 리옹의 한 민간 탁아소에서는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보육 담당자가 아이에게 독성 물질을 뿌리고 마시게 해 숨지게 한 일이 벌어졌다.
책은 민간 탁아소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아이들을 보호하기보다 돈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아이들을 돌볼 인력이 충분하지 않고, 그나마 이들도 겨우 최저 임금을 받으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데다 행정 업무까지 해야 해 아이 돌봄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 민간 업체는 지자체로부터 경비 지원을 받는데, 재정이 넉넉하지 않으니 돌봄의 질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저자들이 인터뷰한 한 탁아소 원장은 "모든 걸 절약하라고 끊임없이 지침이 내려온다"며 "심지어 설사하는 아이가 있어도 1인당 하루 기저귀 할당량 3개를 준수하라고 질책받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부모들에겐 '유기농으로 직접 만든 음식'을 아이들에게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실제로는 아이들 수보다 적은 양을 주문하거나 미리 만들어진 이유식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민간 탁아소 실태가 공개되자 오로르 베르제 연대와 자립 및 장애인부 장관은 이날 BFM TV에 출연해 "현재 아이 6명당 1명인 보육 담당자 비율을 5명당 1명으로 바꿔야 한다"며 인력이 부족한 곳은 신규 직원을 채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탁아소가 필요한 인력 수준을 준수하지 않으면 시설을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가 직원 급여 인상을 위해 "2억 유로를 책정할 예정이지만, 돌봄 질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 없다면 이 돈 중 단 1유로도 민간 단체에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일선 민간 탁아소를 직접 감독할 수 있도록 이달부터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