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순방' 멕시코 대통령 "페루 영공 안 지나갈 것"…이유는
페루 前대통령 탄핵 계기 관계 악화…"사이 안 좋은 것 다 알잖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지난해 발생한 페루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해 평소 신랄한 어조로 비판해 온 멕시코 대통령이 남미 순방 계획을 발표하면서 "페루 상공은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주말을 포함해 이번 주에 콜롬비아와 칠레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라며 "페루에 영공 통과를 요청하지 않고 우회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와 페루 양국 정상은 최근 수개월 새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받는 등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해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기득권층의 쿠데타"라며 여러 차례 거칠게 비난한 게 발단이었다.
이를 이유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정부는 멕시코 대통령을 '외교 블랙리스트'(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입국을 금지한 상태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우리가 페루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일"이라며 "(우회 결정은) 미움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롬비아에서 칠레로 가는 최단 거리는 페루를 거치는 것이다.
돌아가려면 브라질과 볼리비아 영공을 지나거나 아예 태평양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멕시코 대통령은 "1시간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페루 당국을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 차라리 돌아가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외국 순방을 극히 자제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공무상 국내·외 비행을 할 때 민항기를 타지만, 이번 경우엔 우회 등 여건을 고려해 공군 비행기를 탈 계획이라고 멕시코 정부는 전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을 하고 마약 밀매 퇴치와 경제 교류 활성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칠레에서는 쿠데타 50주년 기념행사 참석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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