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시아 정상들 맞는 자카르타, 테러방지·대기질 개선 안간힘
군·경찰 약 2만명 배치…인근 거리 통제하고 보안 강화
최악 대기질에 원격수업·재택근무…행사 당일도 공기질 지수는 '나쁨'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평소에도 막히는 곳이지만 오늘은 더 많이 막히네요. 나라에서 큰 행사를 진행하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5일(현지시간) 제43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 인근에서 만난 회사원 아궁 구나와르(35)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카르타 남부 스나얀 지역에 있는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는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 등이 있는 종합 스포츠 단지 내에 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번 회의 기간에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 인근 도로를 부분 통제했고, 이 영향으로 GBK 앞을 지나는 수디르만로를 비롯해 수디르만로와 연결되는 인근 도로에서는 극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평소 기자의 집에서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까지는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었지만, 이날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세안 회원국을 비롯해 22개국과 9개 국제기구의 정상들과 대표단 등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의 보안을 위해 인도네시아 군은 1만3천158명을 배치했으며, 경찰도 6천182명을 동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행사가 열리는 GBK 스포츠 단지는 물론 인근 호텔과 공항, 항만 등에 군경을 대거 배치했다. 행사장 주변 거리는 5∼10m마다 경찰이 배치됐고 길가에는 장갑차도 보였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안 문제만큼 신경 쓴 부분은 대기질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요즘 건기를 보내고 있어 대기질도 최악의 상황이다.
글로벌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자카르타는 지난 7월부터 공기 질 지수(AQI)가 '나쁨' 수준인 150을 넘는 날이 대부분이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대기질이 안 좋은 도시 1위를 여러 차례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이번 행사를 앞두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까지 나서 탈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공장들은 폐쇄하겠다고 경고했고, 환경산림부는 최근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자카르타 주변 공장들의 일제 단속에 나서 11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또 전날부터 행사장 인근 학교들은 원격 수업에 들어갔고, 공무원을 비롯해 기업들에 재택근무를 당부했다.
인공 강우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도심 고층 빌딩에서 물을 뿌려가며 대기질 개선에 안간힘을 썼다.
이날도 회의장 인근에는 물청소 차가 다니며 도로를 청소했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대차[005380]의 아이오닉5를 비롯해 행사 운영 전반에 걸쳐 전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 9시 기준 자카르타의 공기질지수(AQI)는 160을 기록,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말레이시아 쿠칭과 중국 베이징에 이어 세 번째로 대기질이 나쁜 도시를 기록했다.
이번 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출장 왔다는 인도 NDTV의 한 기자는 "뉴델리의 겨울 공기와 비슷한 것 같다"라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대기질이 안 좋은 겨울에 열리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오는 9일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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