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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킹메이커'된 망명 정치인…부총리 대행 나서 지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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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킹메이커'된 망명 정치인…부총리 대행 나서 지지 호소
이달 말 총리 선출 투표…우파 국민당 안 되면 산체스 총리 대행에 '희망'
좌파 연합, 7석 가진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 지지 얻으려 안간힘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스페인 자치지역인 카탈루냐의 독립투표를 추진하다 선동죄로 기소될 위기에 처하자 해외로 도피한 분리주의 정당의 지도자가 총선 후 정부 구성을 좌우할 '킹 메이커'로 떠올랐다.
이달 말 예정된 스페인 총리 선출 투표를 앞두고 욜란다 디아즈 부총리 대행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 지난 2017년부터 현지에 망명 중인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좌파 연립정부가 집권할 수 있도록 지지를 호소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푸지데몬 전 수반은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정당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Junts)'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디아즈 부총리 대행이 푸지데몬 전 수반을 만난 건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행이 이끄는 좌파 연립 정부에 재집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을 이끄는 산체스 총리 대행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의회를 해산하고 애초 연말로 예정된 총선거를 지난 7월에 앞당겨 치렀다.


그 결과 우파 야당인 국민당(PP)이 전체 의석 350석 중 137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1당이 됐으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당 대표를 총리로 선출하기 위한 과반(176석)을 차지하진 못했다. 스페인 총리는 원내 1당이 맡는 게 관례다.
국민당은 33석을 가진 극우 성향의 정당 복스(Vox), 2석이 있는 지역 정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뜻을 모았는데, 이들 의석을 모두 합쳐도 172석으로 4석이 모자란다.
페이호 대표가 오는 27일 치러지는 1차 투표에서 176표 이상으로 과반을 얻지 못하면 48시간 뒤에 2차 투표를 하는데, 이때는 반대보다 찬성표가 많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두 번의 시도에도 페이호 대표가 총리로 선출되지 못한다면 펠리페 6세 국왕은 새로운 총리 후보를 임명할 수 있다.


현재로는 이전 정부를 이끌었고, 총선에서 국민당에 이어 122석을 확보하며 제2당이 된 사회당 대표 산체스 총리 대행이 가장 유력하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동맹 세력인 좌파 연합 수마르(Sumar·31석)에 이어 분리주의를 꾀하는 바스크민족당(PNV·5석), 바스크지방연합(Bildu·6석), 카탈루냐공화당(ERC·7석),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7석)와 손을 잡고 연립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정당의 지지를 모두 얻는다면 178표를 확보하게 된다.
이날 푸지데몬 전 수반과의 만남에 대해 디아즈 부총리 대행이 속한 수마르는 성명에서 "유익하고 화기애애한 만남이었다"며 "우리는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민주적 해결책 모색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푸지데몬 전 수반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세력 간 정치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놀랄 일도,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라며 한층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 정치권에서는 산체스 총리 대행이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의 지지로 총리에 선출될 경우 그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간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는 추방된 카탈루냐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과 카탈루냐 독립을 위한 국민 투표를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산체스 총리 대행은 그간 "독립 투표는 없다"고 반복해서 말해 왔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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