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난맥' 마크롱, 정당 대표들과 비공개 회동서 돌파구 모색
휴대전화·참모진·언론 배제하고 의제도 정하지 않은 채 대화
내년도 예산안, 이민법 개정안 등 두고 토론할 듯…국민투표도 논의 예상
"정당마다 의견 달라 합의점 찾긴 쉽지 않을 것"…"보여주기 이벤트" 비판도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두 번째 임기 2년 차에 국정 운영 위기 상황에 직면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각 정당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열어 돌파구를 모색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수도 파리 외곽 생드니에 있는 '명예의 군단 교육 센터'에서 11개 정당 지도자와 상·하원 의장, 경제사회환경위원회(CESE) 의장 등과 비공개 회동한다.
여당 르네상스와 주로 협력해온 우파 공화당(LR)뿐만 아니라 마크롱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 지도자도 참석한다.
이날 회동은 오후 2차례 회의와 저녁 만찬 자리로 이어진다. 회의 내용의 보안을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참모진도 배제한다. 기자들 역시 접근이 불가능하다. 회의 뒤 별도의 성명 발표도 없을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유례없는 정당 대표들과의 비공개 회동을 마련한 것은 두 번째 집권 2년 차에 꽉 막혀 버린 국정 운영 난맥상을 풀기 위해서다. 특히 향후 정부 정책을 위한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려는 목적이 크다.
지난해 4월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으나 이후 이어진 총선거에서 여권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 결과 올해 연금 개혁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조항을 들이밀어 법안을 밀어붙였다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후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한 일을 계기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면서 마크롱 정부의 국정 동력은 현저히 약화했다.
정부로선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번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확정된 의제는 없다. 다만 '국제 문제'와 '제도'라는 큰 틀의 주제만 정해졌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전날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에서 열린 준비 회의에서 "저는 빈 종이를 들고 갈 것"이라며 "어떤 제안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며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2024년도 예산안이나 이민법 개정안 등이 이날 회의 테이블에 의제로 오를 것으로 관측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3일 주간지 르푸앙과의 인터뷰에서 하원이 다시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법안 중 하나로 이민법 개정안을 꼽았다.
법안 처리 방식으로는 마크롱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국민투표 방식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마크롱 대통령은 각 정당 대표에게 이번 회동의 초대장을 보내면서 입법을 위해 "협력"하고 "적절한 경우" 국민투표의 길을 여는 게 이번 회동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도 28일 BFM TV에 출연해 국민투표를 조직할 것을 제안했는데, 특히 그는 "같은 날에 여러 개의 독립적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법안 채택이나 헌법 개정을 위해 유권자에게 직접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는 1958년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래 총 9차례 있었고, 2005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을 끝으로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이번 회동의 결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간 르파리지앵은 "문제는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정당들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 수 있느냐"라며 "테이블에 둘러앉기 전부터 이미 각자 자신만의 레드라인과 요구 사항을 설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진영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민법을 두고는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정당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회동이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하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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