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이틀 전 압수수색…KT, 사법리스크 우려 속 '거리두기'
공식 침묵 속 '오비이락', '개인일탈'…'이권 카르텔' 혁파 힘 실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새 대표를 선임할 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KT[030200]가 28일 검찰 압수수색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악재가 될지, 아니면 개혁의 채찍이 될지 아직 알 순 없지만, KT는 재부상한 사법 리스크에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침묵을 지키면서도 "전임 경영진의 비리일 뿐"이라며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KT 본사와 KT클라우드, 자회사인 오픈클라우드랩(전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스파크) 사무실과 윤경림 전 KT 사장의 주거지 등 7∼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KT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압수수색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고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했다.
공교롭게도 새 대표이사 선임 직전에 이뤄진 압수수색을 두고선 "오비이락(烏飛梨落)이 아니냐", "개인의 일탈에 불과한 것 같다"는 등의 반응도 나왔다.
특히 구현모 전 대표 등의 배임 혐의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출범할 '김영섭호'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오히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권 카르텔' 혁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사실 이번 새 경영진 인선 자체가 여권에서 '부패 카르텔' 등으로 공격했던 KT 수뇌부를 교체하고 내부자들끼리 밀고 끌어주는 KT 특유의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소수노조 'KT새노조'는 압수수색 직후 낸 논평에서 "클라우드 자회사 인수 건은 일감몰아주기와 함께 구현모 전 대표와 관련한 '카르텔' 주요 의혹 중 하나"라며 "일감 몰아주기 관련자들이 아직 경영진으로 남아 있는데 빠른 사법처리로 KT가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KT클라우드가 지난해 9월 스파크 지분 100%를 206억8천만원에 매입한 과정에서 정상적인 기업 가치보다 수십억원 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것 아닌지 의심하며 구 전 대표 등 KT 경영진의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이다.
스파크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동서가 설립한 회사라는 점에서 검찰은 현대차[005380]가 2021년 7월 경영난에 빠진 구 전 대표 형의 회사를 사들인 데 대한 보은 성격으로 KT가 이런 투자를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그룹은 2020년 구 전 대표 취임 뒤 시설관리(FM) 일감 발주업체를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바꾸면서 기존 4개 하청업체에 나눠주던 일감을 KDFS와 KSmate 두 곳에 몰아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KT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김영섭 대표이사 후보,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등 차기 경영진 선임을 주주들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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