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킹목사 흑인인권연설 60년 기념일에도 '흑인혐오 총격' 얼룩(종합3보)
플로리다서 백인남성 총격에 흑인 3명 사망…보스턴 카니발 도중 7명 부상
"올해 美 총격 사망자 2만8천282명…4명 이상 사망한 총기 난사 473건"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김동현 특파원 김동호 기자 = 미국 흑인 인권 운동 역사에 이정표를 세운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연설 60주년을 맞이한 주말에 미국 전역에선 인종혐오에서 비롯된 것을 비롯해 총격사건이 잇따랐다.
27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킹 목사가 주도한 '워싱턴 대행진' 60주년 기념일인 전날 플로리다 잭슨빌의 할인 매장에서 총격이 발생해 흑인 3명이 목숨을 잃고 용의자도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이번 총기난사를 인종 혐오에 따른 범죄로 보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로이터, AP 통신과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2시께 '달러 제너럴' 매장에서 총격이 벌어져 흑인 남성 2명과 흑인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용의자인 20대 백인 남성 1명도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도나 디간 잭슨빌 시장은 총격범이 매장 문을 걸어 잠근 채 안에 있었다고 지역 방송사에 밝혔다.
총격범이 사용한 총기는 나치 문양 '스와스티카'(하켄크로이츠·갈고리십자가)로 추정되는 그림이 새겨진 'AR-15' 스타일의 소총, 글록 권총 등이었으며 범행 당시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잭슨빌 보안관은 회견을 열고 "이번 총격은 인종과 관련한 동기에서 발생했다"며 "그는 흑인들을 증오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범행에 나서기 전 언론과 부모, 사법당국을 상대로 흑인에 대한 증오심을 상세히 써 내려간 여러 성명서를 작성해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워터스 보안관은 "총격범이 큰 단체에 속해있었다는 정황은 없다"며 이번 사건이 워터스의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총격범은 인근 클레이 카운티에서 차를 몰고왔으며, 범행 현장으로 가기 전 인근 흑인 명문대로 꼽히는 에드워드 워터스 대학 교정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대학 측은 성명을 통해 총기난사 직전 캠퍼스에 나타났던 용의자가 학교 경비원의 신원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고 차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게도 곧바로 보고됐다.
미 공화당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용의자를 향해 "겁쟁이의 길을 택했다"고 비난하며 "그는 인종에 따라 범행 대상을 찾았고, 이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총격은 워싱턴DC에서 흑인 수천명이 모여 '워싱턴 대행진' 60주년을 기념하고 인종차별 철폐를 촉구한 날 벌어진 것이다.
1963년 8월 당시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는 25만여명을 이끌고 워싱턴 행진을 주도하며 역사적 연설인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남겼다.
보스턴에서도 전날 50주년을 맞은 카리브 미국인 카니발 행진 도중 발생한 총격으로 최소 7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2명의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다수의 무기도 함께 압수했다.
또 오클라호마 외곽 한 고등학교에서는 지난 25일 밤 축구 경기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16세 소년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같은날 시카고에서는 화이트 삭스와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와 경기 도중 2명이 총을 맞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총에 맞아 숨진 사망자는 모두 2만8천282명이며, 총격범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사망한 총기 난사는 모두 473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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