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프리고진에 '생명 위험' 두 차례 경고했다"
"푸틴 배후라기엔 너무 조악해" 선긋기…"바그너 1만명, 벨라루스 머물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최근 의문의 전용기 추락으로 사망한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게 두 차례에 걸쳐 생명에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25일 벨라루스 관영 벨타 통신 등 기자들에게 "첫 번째는 그들이 모스크바로 행진하면서 협상이 진행중이었고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그에게 '예브게니, 당신 사람들을 파멸로 몰고 가고 당신도 죽을 것이란 걸 아느냐'고 말했고 그는 충동적으로 '그러면 죽겠소, 제기랄'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두 번째로도 "확실하게 그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화가 이뤄진 시기는 말하지 않았으나 프리고진의 오랜 최측근으로, 이번에 함께 변을 당한 드미트리 우트킨이 배석했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에게 "당신이 무언가 두렵다면 내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말해볼 수 있고 벨라루스로 당신을 빼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가 내게 따로 안전 문제를 주의해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프리고진은 무장반란을 일으켰다가 프리고진과 오랜 인연이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접었다. 이후 바그너 그룹 용병 다수가 벨라루스로 건너갔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모스크바에서 우트킨 등 측근들과 함께 전용기에 탑승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중 추락으로 사망했다.
서방 당국자들은 추락이 사고가 아닌 사전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초기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이나 크렘린궁이 추락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크렘린궁은 이를 부인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나는 푸틴을 안다. 덜 복잡한 문제에 대해 결정할 때조차 신중하고 대단히 침착하며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이라며 "푸틴이 그 일을 했을 것이라곤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추락에 대해 "너무 조악하고 전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반란 실패 이후 벨라루스로 건너간 바그너 용병들에 대해서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들이 벨라루스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추락 사고 직후 벨라루스 내 바그너 그룹 기지 일부가 해체됐고 일부 용병이 벨라루스를 떠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루카셴코 대통령은 "그들은 여기에 살 것"이라며 "며칠 안에 모두 여기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 1만명"이라며 "우리에게 이 부대가 필요한 한,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고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