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동 입지 흔들…오랜 동맹국 브릭스로 줄줄이 갈아타기
블룸버그 "사우디·UAE 등, 세력간 균형 맞추고 중견강국 지위 굳히기"
브릭스, 주요 석유 수출입국 확보…달러 지배력 영향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신흥 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가 미국의 오랜 중동지역 동맹국들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몸집을 불리면서 미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가 '반미 연대' 구축 선봉에 있는 중국·러시아와 밀착하고 있어 지정학적 긴장이 한층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브릭스는 24일(현지시간) 채택한 제15차 정상회의 결과 선언문에서 내년 1일 1일부터 사우디, UAE, 이집트,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이란 등 6개국을 정회원으로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최고의 중동 동맹국 중 일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궤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뒤집힌 지정학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통신은 사우디 등 3개국의 브릭스 가입은 미·중 어느 한쪽의 편에 서지 않고 자국 지위를 '중견 강국'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다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위기그룹 선임 연구원 애나 제이컵스는 "그들은 여러 세력과의 관계에 있어 균형을 맞추고 이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편을 고르거나 더 큰 패권 경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당장 브릭스를 지정학적 대항마로 보지 않는다고 일축하는 등 브릭스 확장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브릭스 확장은 중국 등 기존 회원국들이 브릭스의 영향력을 확대해 세계 경제와 무역, 특히 달러화 사용에 있어 미국에 대항하려는 성격이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특히 브릭스가 주요 석유 수출국과 수입국을 모두 회원으로 확보하게 된 만큼 석유 시장의 달러 지배력에 더 초점을 맞춰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규 회원국인 사우디와 기존 회원국 러시아는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를 통해 석유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은 석유 시장 최대 수입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와 UAE 입장에서는 이번 브릭스 가입으로 필요하면 달러 의존도를 자유롭게 낮출 수 있는 기회와 유동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와 UAE는 자국 통화와 달러화의 고정 환율제를 실시하고 있어 유동성과 구매력 확보 측면에서 달러화와 경쟁하려면 다른 거래 통화가 필요하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우리 외교 정책은 강력한 경제적 파트너십 구축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며 "브릭스는 이를 위한 중요하고 유용한 통로임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영국 기반의 위기관리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르비에른 솔트베트 전략가는 "그들은 미국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할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위해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터너 등 ING 분석가들은 이날 보고서에서 비달러 채권의 광범위한 사용 없이도 달러화와 유로화, 위안화가 각각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지배 통화가 되는 '다극화 세계'가 10년내 도래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세계 무역에서 에너지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해 "사우디가 중국과 인도에 석유를 수출할 때 비달러 통화를 책정하더라도 국제통화로서 달러의 종말이라고 볼 순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인도는 사우디와 UAE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사우디의 대중국·인도 교역 규모는 1천750억달러(약 232조원)에 달했다.
반면 미국과 일부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러시아 제재와 석유 감산 등 문제로 지난 18개월간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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