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거대AI 데뷔전에 2천명 몰려…하이퍼클로바X 사양 비공개
"개선된 기술력 설명보다 사업 방향 소개에 치중" 비판도 나와
클로바X 사용해보려는 접속자 일시에 몰리며 서비스 일부 오류·지연도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홍국기 오규진 기자 = "네이버는 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꿈을 꿉니다. 생성형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도 마쳤습니다."
네이버 최고경영자(CEO)인 최수연 대표이사의 자신감에 찬 발표가 끝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壇·플랫폼을 의미) 23'은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기술 방향성과 사업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초거대 AI 분야에서 국내 선두 기업인 네이버의 기술 모델과 사업 전략, 서비스·도구 소개를 망라하는 행사로 예고된 만큼 회사의 경영진과 임직원이 총출동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창작자, 판매자, 투자자 등 네이버의 주요 협력 관계자 약 2천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네이버의 기존 사업·서비스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클로바X'와 '큐:'를 비롯해 이들 서비스를 쇼핑, 광고, 금융, 창작, 해외 사업 등으로 연계하는 전략이 한꺼번에 발표되면서 청중들은 오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막상 이날 행사에서는 하이퍼클로바X에 대한 사양은커녕, 2021년에 공개된 하이퍼클로바와 비교해 무엇이 개선됐는지 등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한국어에 최적화한 국산 AI 거대언어모델(LLM)을 내세우는 하이퍼클로바X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초거대 AI인 'GPT-3.5'와 비교해 한국어를 6천500배 더 많이 학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초거대 AI 산업 분야에서 해외 빅테크들에 맞설 사실상 유일한 'K-대항마'로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무엇보다도 MS와 구글 등 해외 빅테크들이 월등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초거대 AI 연구·개발 분야에서 거침없이 기술력을 높여가는 가운데, 하이퍼클로바X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네이버에 따르면 현재까지 회사의 AI 누적 투자 규모는 기초 연구부터 애플리케이션 개발·연동에 이르기까지 약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네이버의 경영진은 이날 초청된 협력사 관계자를 상대로 한 발표 세션에서는 물론, 취재진의 질의응답 자리에서도 하이퍼클로바X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비롯한 사양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클라우드 성낙호 하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은 회사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오픈AI의 LLM인 'GPT 3.5' 대비 75% 정도의 승률을 갖고 있다고만 밝혔다.
대신 하이퍼클로바X 기반 사업 방향이나 도구·서비스 출시 계획 위주로 발표가 채워져 알맹이가 없고 사업 홍보에만 몰두한 게 아니냐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네이버 초청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LLM보다는 커머스(상거래)에 치중한 발표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개선된 기술력을 먼저 공개하고 사업과 서비스를 소개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하이퍼클로바X의 파라미터나 학습 데이터 세트 규모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오픈AI가 개발한) GPT-4 역시 사양이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오픈AI의 '챗GPT'의 한국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클로바X를 이날 오후 4시 사용자와 파트너사에 일제히 공개했다.
공개 시점 초반 접속자가 일제히 몰리면서 명령어(프롬프트)에 대한 답변이 지체되거나 오류가 나는 등 일시적으로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명령어 입력 시 클로바X에서는 "현재 요청량이 많아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이는 웹·모바일 버전에서 모두 마찬가지였다.
클로바X에 하이퍼클로바X의 파라미터 규모를 묻자 하이퍼클로바(2천40억개)의 파라미터 규모를 답변으로 내놓기도 했다.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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