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모디·룰라 다 모였는데…브릭스 회의 못간 푸틴
ICC 체포영장 발부에 화상 연설만…"국제무대 입지 좁아져"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제 외교무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막하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는 푸틴 대통령을 제외하고 나머지 회원국 정상들이 모두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전날 입국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도착할 예정이다.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협의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대신 남아공에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화상으로만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ICC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아이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키는 등의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푸틴 대통령이 ICC 영장 때문에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시각에 발끈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기자들에게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지금 내가 러시아에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노쇼'가 러시아의 고립과 좁아지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입지를 보여준다고 미국 CNN 방송은 짚었다.
CNN은 푸틴 대통령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국제 무대에서 역할자(player)처럼 행동하는 편리한 방법일 수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단체 사진'보다 더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극적 세계질서를 주장해온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등을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기구의 대항마로 내세워왔다.
특히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서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꾀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4년 만에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때는 아프리카 정상들의 저조한 참석률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브릭스의 회원국 확대 문제를 두고 중국, 인도 등 주요 회원국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당국자들에 따르면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보인 국가는 40개국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더 광범위한 개발도상국 연합을 구축하려 하지만 브릭스가 노골적인 '반(反)서방 동맹'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인도의 반대로 회원국 확대와 관련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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