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4세 스타수녀, AI발전에 "지적으로 게을러지지않을까 걱정"
"AI 발전, 새롭고 흥미진진하나 학문의 고결성을 위협할 수 있어"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지만, 늙음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국 시카고 로욜라대학 남자농구팀 전담 수녀(chaplain)이자 '시스터 진'(Sister Jean)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진 돌로레스 슈미트 수녀가 104번째 생일을 맞아 인공지능(AI)·이민자·농구 그리고 죽음 등에 대한 생각들을 밝혔다.
21일(현지시간) 104번째 생일을 맞은 슈미트 수녀는 지역매체 시카고 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신이 나를 부르실 때 준비되어 있고 싶다. 즐거운 인생을 살았으나 천국은 이곳보다 더 좋은 곳임에 분명하다"면서도 "백네살이 됐지만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슈미트 수녀는 "최근 AI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대학 당국의 이메일 한 통이 눈길을 끌었다"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람들이 지적으로 게을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라며 "AI 발전은 한편 새롭고 흥미진진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학문의 고결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술 및 미디어 기능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만 교회가 흔들림 없는 무언가를 제공해주길 기대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인용, "타인 특히 가난한 이들과 신분이 불확실한 이민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모두 타인에게 친절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민 1·2세대가 아니어도 조부모·증조부모가 이민자였을 것이고 그들의 정착 과정에서 누군가 친절을 베풀어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19년생 슈미트 수녀는 98세 때인 2018년 3월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주관하는 대학농구 최대 이벤트 '마치매드니스'(March Madness·64강 토너먼트)를 계기로 유명 인사가 됐다.
로욜라대학 남자농구팀이 33년 만에 마치매드니스 진출을 확정한 순간, 선수들이 일제히 한 '노파'에게 달려가 포옹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고 그 '노파'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관심의 주인공 슈미트 수녀는 1994년부터 로욜라대학 농구팀 전담 수녀를 맡아 선수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경기 시작 전에 기도해주고 경기가 끝나면 일일이 격려 편지를 써보내는 팀의 '정신적 지주'였다.
'언더독' 로욜라대학이 2018 마치매드니스서 1955년 이후 처음으로 4강까지 오르며 슈미트 수녀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이후로도 그는 매년 마치매드니스 시즌마다 인구에 회자되는 '대학농구 마스코트'로 자리잡았다.
일리노이주와 시카고 당국은 작년 8월 슈미트 수녀의 103번째 생일 기념으로 시카고 교통국(CTA) 전철노선의 로욜라대학 캠퍼스 역사 입구를 '진 돌로레스 슈미트 수녀 플라자'로 개명했다
슈미트 수녀는 지난 2월 첫 회고록 '목적을 갖고 눈을 떠라 : 100년을 살면서 배운 교훈'을 펴내기도 했다.
선타임스는 "슈미트 수녀는 지난주부터 시카고 로저스파크의 로욜라대학 학생회관 내 사무실에 출근해 학생들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늘 그랬듯 올해도 기대에 찬 마음으로 새학기 개강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텅 비었던 농구장 관중석이 학생들과 팬들로 다시 가득 차게 된 것이 기쁠 뿐 아니라 실력있는 4학년생 일부가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기를 뛸 수 없었던 점을 인정받아 선수 자격이 1년 더 연장되면서 로욜라대학이 좋은 성적을 낼 최상의 조건을 갖춘 것도 슈미트 수녀를 설레게 한다.
슈미트 수녀는 104번째 생일 기념으로 오는 28일 미국 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 경기에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다.
오는 31일에는 로욜라대학 시카고 시내 캠퍼스 축제에서 슈미트 수녀의 생일 축하 행사가 계획돼있다.
분주한 일상을 사는 슈미트 수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지만 단 한가지만은 없다. 그는 "늙음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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