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행사장 주변 쫙 깔린 경찰
도로 통제로 이동 불편…현지 주민 "안전하게 느껴져 좋아"
각국 정상 등 50여명 집결 예상…군·정보기관도 총출동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경찰이 곳곳에 많으니 안전하게 느껴져 좋습니다."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 인근에서 만난 한 현지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22일부터 사흘간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튼 컨벤션센터는 다국적 기업 본부와 금융기관, 고급 호텔, 대형 쇼핑몰이 몰려 있는 샌튼 지구의 한복판에 위치했다.
동남쪽으로는 유명 식당이 몰려 있는 넬슨만델라 광장과 접해 있고, 서남쪽으로는 남아공에서 가장 세련된 대형 쇼핑몰 샌튼시티와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바로 붙어 있는 5성급 호텔만 4개에 달할 정도로 연중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는 곳이다.
남아공 경찰은 전날 오전 8시부터 샌튼 컨벤션센터가 있는 블록을 둘러싼 도로 4곳 전체를 통제해 차량 통행을 막고 검문을 통해 사람을 통과시키고 있다.
이런 통제는 행사 마지막 날인 24일 자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고됐다.
컨벤션센터에 옆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만난 현지 주민 카벨로 부텔레지(여·62) 씨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곳곳에 경찰이 배치되기 시작했다"며 "도로 통제로 돌아가야 해서 이동은 불편해졌지만, 경찰이 많아 안전하게 느껴져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는지는 모르지만, 모쪼록 행사가 아무 사고 없이 잘 끝나서 다들 남아공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 각국 정상과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아공 정부는 경찰뿐만 아니라 군과 정보기관까지 총동원해 안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참석하는 국가 정상이나 행정부 수반만 40여 명에 달하고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등의 정상급 인사까지 포함하면 50명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2010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경비를 위해 설치된 국가합동작전정보기구(NATJOINTS)가 이번에도 주요 경비 업무를 도맡았다.
NATJOINTS는 국제사회에서 남아공 월드컵 개최의 최대 걸림돌로 범죄 문제가 부각되자 남아공 정부가 2009년 신설한 군·경찰·정보기관의 합동 안보기구다.
NATJOINTS 공동 의장인 테벨로 모시킬리 경찰청 부청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정상회의를 전후해 어떤 위협이나 범죄 시도에도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정상회의 기간 범죄나 불안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행사 경비를 위해 배치되는 인원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숫자는 밝힐 수 없다"면서 "다만 그때그때 최대 가용 인원이 동원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지하 2층에 마련된 미디어센터는 손님을 맞이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은 물론 아프리카와 글로벌 사우스 여러 나라에서 취재를 신청한 1천800여 명의 취재진 가운데 1천명 안팎이 취재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들은 1천여석 규모의 초대형 미디어센터에서 사흘간 머무르면서 각국 정상을 비롯한 대표단의 움직임을 취재할 예정이다.
이날 미디어센터에는 미리 자리를 둘러보고 인터넷 연결 방법과 취재 동선 등을 확인하는 각국 취재진이 여럿 보였다.
주최 측은 취재진의 미디어센터 출입 통로를 행사장 주 출입구의 반대편 쪽에 멀리 있는 화물 운반용 통로로 배정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출장 온 중국 차이나데일리의 한 기자는 "주최 측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모양"이라며 "언론을 짐짝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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