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고금리 태풍…부도기업 2015년 이후 8년 만에 최다
팬데믹 끝나고 정부 지원 끊겨…경제불안 속 부실기업 위기로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유럽에서 최근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경제 부진의 여파로 부도를 내는 기업들이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탯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산을 신청한 사업체는 전분기 대비 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사업체 등록은 0.6% 감소했다.
2분기 파산 기업 규모는 2015년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105.7을 기록했다. 분기별 파산 기업 규모 지수가 100을 넘긴 것은 2015년 1분기(105.5) 이후 처음이다.
숙박, 요식, 운송 등 업계가 특히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유럽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파산 신청이 늘어났다고 유로스탯은 설명했다.
국가별로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영향을 받은 동유럽과 발트해 국가들이 부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헝가리는 파산 증가 폭이 41%에 이르며 1위에 올랐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상황 혼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증가 등 요소의 조합이 지난 수년간 부실기업의 생존에 도움을 준 정부 지원이 종료되는 것과 맞물리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이 최근 경제 상황 악화로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독일의 파산관재인전문협회를 이끄는 크리스토프 니링은 "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며 "팬데믹 및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정부의 생명연장 조치가 가동돼왔으나, 이제 천천히 파괴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EU 경제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에서도 대형 백화점 체인 갤러리아가 올해 초 국내 100개 이상의 점포를 폐점하는 등 구조조정안을 당국에 제출해 승인받았고, 유통업체 게리 베버의 독일 법인도 171개 점포 중 122개를 문 닫을 계획이다.
뮌헨의 IFO 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독일 기업 신뢰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현 경영상태에 실망한 기업인들이 미래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독일 경제의 상황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학계 일각에서는 파산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에는 미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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