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발 금융위기 확산…코스피 2,400까지 떨어지나
위안화·원화 약세에 외국인 매도압력…"환율 1,300원대 후반 가능성"
"중국 부동산발 위기·경기부진에 미국 추가 긴축·금리상승이 악재"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배영경 홍유담 이민영 기자 =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악재가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주가와 원화값이 떨어졌다.
2,700선을 넘보던 코스피는 2,500을 위협받는 상황이고, 1천선을 향해 달려가던 코스닥지수는 870대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40원대까지 치솟았다.
달러화 강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감과 국고채 금리 상승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장중 4.33%까지 치솟아 최근 15년 새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이 당분간 미중 영향권에서 변동성 확대로 조정 또는 박스권장세를 연출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위험 관리를 주문했다. 코스피는 하반기에 2,4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 코스피 2,400까지 하락하나…"중국 부동산 위험·미 금리 상승 악재"
20일 연합뉴스가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키움·신한투자·대신증권 등 10대 증권사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이들 증권사 모두 증시가 당분간 조정 장세를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별 코스피 변동 폭 전망치는 ▲ NH투자증권 2,400∼2,750 ▲ 대신증권 2,450∼2,650 ▲ 키움증권 2,400∼2,800을 제시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해외 악재로 지수가 방향성을 상실하면서 종목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며 코스피 전망치 하단으로 2,400을 제시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국발 위기로 안전자산 선호(Risk Off) 심리가 강화하면서 주식 등 위험 자산 매도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악재 위력이 강해지면 코스피는 일시적으로 2,500선을 밑돌 수 있다고 봤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중국 부동산발 위기와 경기 부진으로 우리 수출 둔화 등 경기 회복과 실적 개선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코스피는 2,400 수준이 단기 저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코스피가 중국발 이슈로 단기 급락한 사례는 두 번 있었다. 2015년 8월 11일 중국 경기 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로 상하이종합지수가 급락하자 코스피도 2주간 7.8% 하락했다. 2021년 9월 28일 중국의 헝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당시 2주간 코스피는 7.4% 떨어졌다.
당장 유동성 측면에서 보면 중국 부동산 위기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중국에서 이탈하고, 위안화와 원화가 동반 약세를 지속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중국 부동산 유동성 문제 영향을 점검한 결과 일차적으로 부동산 개발업체 유동성 문제로 업계 연쇄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있고 채무조정도 불가피하지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중국 경기 부진과 위안화 약세로 우리 수출 회복이 더뎌지면 원화 약세를 유도해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위험 회피 심리 확산으로 주식 할인율 부담이 높아지면 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과 국고채 금리 상승도 약세장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위험이 코스피 조정의 본질적 요인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내 일부 업종에 대한 과한 쏠림과 기업 실적 정체, 미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전고점 돌파가 더 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시중금리 상승은 주가와 지수 할인율 상승으로 이어져 주가수익비율(PER) 또는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높은 주식의 조정 또는 변동성 확대 원인이 된다"며 코스피 저점을 2,450 부근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중국 위험이 전 세계 경제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며 주가 조정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중국 정책당국이 개선된 현안 인식을 통해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발 경제위기 또는 시스템 위험(리스크)으로의 비화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부동산 위기와 경기 불안이 환율 변동성을 키워 외국인 수급 부담을 높이겠으나 반도체 업황 회복세, 경기선행지수 상승이 진행 중인 우리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주가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증시의 여름 조정과 가을 반등 전망을 유지한다"며 "가을 반등 폭은 올봄 랠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미국 주거비 하락분을 반영하면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안정화와 실적 개선세가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화, 위안화와 동조화…원·달러 환율 1,400원 육박하나
최근 위안화와 동조 흐름을 보이는 원화 환율도 추락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위안/달러 환율은 장중 연내 최고 수준인 7.34위안까지 올랐다.
이달 초만 해도 1,280원대 수준이던 환율은 1,340원대까지 빠른 속도로 오르며 연고점에 도달했다. 지난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7원 하락한 1,338.3원에 마쳤다. 환율이 하락세로 마감한 것은 지난 7일 이후 8거래일만이다.
중국 신용 위험과 경기 둔화 위기에 상대적으로 미국 경기 모멘텀이 두드러지면서 달러화 강세, 위안화와 원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무역수지 악화는 원화 약세 요인이 된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기 부진은 위안화 약세 요인"이라며 "중국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위험에 놓여 위안화가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달러 환율 오름세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다 연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환율이 더 오를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부동산 신용 위험과 미국 연준 긴축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3분기에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4분기에 연준 긴축이 마무리되고 중국 경기 우려가 완화하면 1,200원 중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유 본부장은 "예상보다 부진한 중국 경제와 부동산 위험 확대, 견고한 미국 경제, 한국 수출 회복 지연 등을 고려해 환율 전망치를 3분기 1,300원과 4분기 1,270원으로 20원씩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이 센터장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 평균을 1,280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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