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감위 "전경련 복귀, 경영진 결정…정경유착시 탈퇴 권고"(종합)
"새출범 한경협, 정경유착 고리 끊고 환골탈태할지 확신 못해"
삼성, 조만간 이사회 열어 논의할듯…SK·현대차·LG그룹도 논의 속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아람 기자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혁신 의지 등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면서 삼성이 전경련에 복귀하더라도 정경유착 발생 시에는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
준감위는 전경련 재가입에 대해 삼성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 결정할 문제라며 공을 넘겼으나, 재계 안팎에서는 준감위가 사실상 조건부 승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은 물론이고 SK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도 전경련 복귀 논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숙고한 준감위 "전경련 혁신안 실천 의지 우려"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이날 오전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임시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만약 (전경련에)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과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정말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논의의 대상이었다"며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에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전경련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입장"이라며 "위원회는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고 이사회와 경영진에서 (재가입은) 구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 복귀 여부는 삼성 각 계열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 결정할 문제로, 준감위는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계열사가 전경련 복귀를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준감위는 이날 2시간 넘게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쇄신할 수 있는지를 집중 논의했으며 만장일치로 이 같은 권고 의견을 정했다.
권고에는 '정경유착 위반 시 즉시 탈퇴' 외에 다른 조건도 담겼으나, 준감위 측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준감위 관계자는 "권고안에는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가입을 하라'는 식의 내용은 없다"며 "준법감시기구인 만큼 장래 발생 가능한 준법 위반 리스크에 대해 사전 조치하는 차원에서 논의했고, 전경련 혁신안에 대한 우려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감위는 보도자료에서 지난달 전경련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가입 요청' 공문, 전경련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천 절차, 회계 투명성 등 운영의 공정성·객관성 확보 방안을 추가로 확인한 뒤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준감위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한 독립조직이다. 현재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 삼성, 조만간 이사회 열어 논의…6년6개월 만에 복귀하나
이날 삼성 준감위가 권고를 내놓음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5개 계열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전경련 복귀를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 5개 계열사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해산에 동의했으며, 한경연 회원 자격 자동 승계는 이사회와 준감위 논의를 거쳐 결론 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전경련 임시총회(22일) 이전에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한경연 회원 자격 자동 승계에 대한 내부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이번에 전경련에 복귀하면 2017년 2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 15개 계열사가 전경련에서 탈퇴한 지 6년 6개월 만에 다시 합류하는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기업들에 요청한 사실 등이 드러나자 전경련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이재용 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며 전경련 탈퇴를 약속하기도 했다.
◇ 4대 그룹, 한경연 회원자격 승계할듯…전경련 복귀 비판 여전
삼성 준감위의 권고는 나머지 그룹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도 전경련 재가입 논의에 속도를 내며 전경련 복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명시적으로 한경연 회원 자격 승계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선에서 한경협에 합류하고, 회원으로서 실질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한경협이 새롭게 출범하고 쇄신한다고 하니 지켜볼 것"이라며 "한경협 활동 여부는 추후 혁신안 실천 및 변화하는 모습 등을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복귀할 명분이 미흡하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 준감위가 우려한 것처럼 정경유착 카르텔이 형성될 가능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준감위가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입장"이라며 밝힌 만큼 삼성이 이재용 회장의 대국민 약속을 뒤집고 전경련 복귀 수순을 밟는 것은 부담이라는 의견도 있다.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 추진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의 시선도 곱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경유착을 근절해야 할 준감위가 전경련 손을 들어주고 책임 또한 회장과 이사회 등 경영진에 떠넘겼다"고 비판했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공동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와 전경련이 그토록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와 자유시장질서의 기본에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한편,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전경련의 명칭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정관 변경안과 류진 풍산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추대하는 안건 등을 의결한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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