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7명 숨지고 13명 부상…헤르손 군정, 애도의 날 지정
젤렌스키 "러 범죄 그냥 넘어가는 일 없다"…'보복' 공언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생후 23일 된 영아와 12살 난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러시아군이 무차별적으로 쏘아댄 포탄이 집에 떨어져 일가족이 몰살하는 참상이 또다시 재연된 것이다. 서방의 도움을 받아 침략군과 맞서 온 우크라이나 당국은 보복을 공언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군정 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최소 7명의 주민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특히 시로카 발카라는 이름의 한 마을에서는 오전 10시께 러시아군이 쏜 포탄이 마당에 떨어지면서 소피아란 이름의 생후 23일 된 여아가 부모와 함께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올해로 12살이 된 소피아의 오빠 아르템은 중상을 입고 의료시설로 옮겨졌으나 결국 치료 중 사망했다. 시로카 발카 마을에선 현지 성직자를 비롯한 다른 성인 남성 두 명도 포탄에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헤르손 군정 책임자인 올렉산드르 프로쿠딘은 또다시 비극이 벌어졌다면서 시로카 발카 외의 다른 마을에서도 한 명이 숨졌고, 모두 10여명이 다쳐 수혈을 위한 혈액이 다급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헤르손 군정은 14일을 희생자를 위한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NYT는 이러한 발표를 직접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러시아 국방부도 즉각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 지역은 작년 11월 러시아군이 헤르손주 주도 헤르손에서 드니프로강을 넘어 철수한 뒤 끊임없이 포격을 당해 왔다"고 짚었다.
강건너에 새 방어선을 구축한 러시아군이 한때 자국 영토로 선언했던 헤르손주 일대를 겨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해왔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인근에선 러시아군 병사간에 벌어진 총격전에 휘말려 미성년자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여럿이 사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는 러시아군에 점령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활동 중인 페트로 안드류센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마리우폴 인근 마을에서 체첸군 병사와 현지 사령관 휘하 병력이 말다툼 끝에 총격전을 벌였고, 이로 인해 10대 소녀 두 명과 젊은이 4명, 여성 한 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작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현재까지 최소 500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13일 밝혔다.
또, 부상을 입은 어린이의 수는 1천100여명으로 집계됐지만, 교전 지역과 점령지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다면 미성년자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당국은 전했다.
dpa 통신은 "러시아는 이웃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17개월에 걸쳐 총력전을 벌여왔으며, 이 기간 러시아군은 반복적으로 민간 시설과 도시, 마을을 폭격해 왔다"면서 "유엔은 공식적으로 9천명 이상의 민간인이 이번 분쟁에 숨진 것으로 집계했지만, 실제 수치는 훨씬 클 수 있다"고 적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이날 헤르손 지역에서만 오후 6시까지 17차례나 포격을 가했다면서 '보복'을 공언했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으로 공유한 영상 연설에서 "모든 점령군이 파괴되고 모든 러시아군 장비가 불탔으며, 그들의 본부와 창고에는 화재가 났다. 케르치 대교(크림대교)에선 연기가 솟고 있다. 이 모든 건 러시아의 어떤 범죄도 대응 안 하고 넘어가는 일이 없을 것이란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약 두달 전부터 러시아군을 국경 너머로 몰아내기 위한 '대반격 작전'을 벌여 온 우크라이나군은 지뢰와 참호로 켜켜이 구축된 러시아군 방어선에 가로막혀 큰 성과를 내지 못하자 모스크바 등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해상 수출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하고 주요 수출항을 폭격하는 것으로 응수했고, 이후 양국군 사이에선 서로 상대 기간시설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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