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싼 의료비에 불만 고조…집값·교육비와 함께 3대 부담"
홍콩매체 "올들어 병원 원장·당서기 168명 부패 혐의로 조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경제 둔화 속 의료계의 비싼 진료비와 만연한 부패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고조되자 당국이 의료계를 겨냥한 부패 사냥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진단했다.
올해 들어 150여명의 병원 원장과 당서기가 반부패 운동의 대상이 됐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보도했지만, SCMP 자체 집계 결과 조사 대상은 이달까지 168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제약사 윈닝헬스테크놀로지와 상하이세럼바이오테크놀로지의 고위 간부 최소 2명도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지난달 나왔다.
의료계 반부패 운동은 중국이 올해 1월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난 뒤에 시작됐지만, 자수할 경우 감형이 가능한 시한으로 제시된 7월 30일이 다가오면서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둥성의 한 보건 관리는 SCMP에 당국이 8월 이전 자수하는 관리나 병원 대표에 관용을 약속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중국 재정부를 시작으로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교육부, 공안부, 회계감사 기구인 심계서 등은 의료계 사정 작업이 1년간 진행될 것임을 발표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가 화상 회의를 열고 감찰관들의 의료계 부패 조사 노력 강화를 독려했다.
중국 시장조사회사 윈드에 따르면 이 회의 이후 6일간 의료계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 약 3천억 위안(약 55조원)이 날아갔다.
광둥성의 한 보건 관리는 SCMP에 "의료계 반부패 운동은 10개월 간 더 이어질 것이고 조사관들은 내년 6월 결과를 지도부에 보고할 것"이라며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규정과 규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몇 달간 더 많은 의료 위원회, 병원, 제약사 대표들이 조사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CMP는 의료비가 집값, 교육비와 함께 중국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3대 부담이며, 특히 중국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하면서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이 만성질환 관리에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중국에서 의료비 지출이 소득 증가율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미한 질환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가 책정돼 환자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불만이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병원들은 브랜드 의약품의 가격을 가파르게 올려 파는 것으로 알려졌고, 제약회사들이 병원 대표와 당서기들에 뇌물을 제공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편집장 출신 덩위원은 중국의 비싼 의료비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의료계를 주시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그는 "시 주석은 지난 5년간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사교육 분야 불평등을 바로잡으려 노력했고 이제는 의료분야에서 그러한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며 "시 주석은 이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분야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위건위의 지난 3월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의료시설들은 2020년부터 3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총 1천100억 위안(약 20조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았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셰마오쑹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현재 일부 심각하고 만성적인 문제에 직면해있다"며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 자녀 교육비, 의료비에 대해 걱정하면서 소비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중국 당국은 이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려고 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사람들이 마음을 편하게 먹고 소비를 늘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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