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중국, 한국 단체관광 재개…관계개선·내수활성화 계기 되길
(서울=연합뉴스) 중국이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단됐던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6년 5개월 만에 재개된다. 중국은 지난 1월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라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20개국에 대한 단체여행 제한을 풀었고, 3월에는 네팔, 베트남, 이란, 요르단,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등 40개국에 대해서도 추가로 문호를 넓혔으나 한국은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우리 국민의 중국 방문 절차도 간소화됐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중국행 비자를 발급할 때 지문을 채취하던 절차를 상무(M)·여행(L)·친척방문(Q)·경유(G)·승무(C) 비자에 한해 올해 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양 국민의 상호 방문과 관련한 규제를 대폭 해제함에 따라 답답한 양국 관계에도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중국이 해외 단체여행의 빗장을 사실상 완전히 푼 것은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데다 경기 부양의 시급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0.3% 하락해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1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로이터통신은 "2021년 8월 일본이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이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라면서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유사한 장기 저성장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일상 복귀라는 의미가 있고, 여행 규제에 대한 자국민들의 불만을 완화하는 동시에 소비 진작을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단체여행 허용 대상에 한미일이 포함된 것은 최근 미·중 관계의 미묘한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계 패권을 놓고 무한 경쟁을 벌이던 양국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이후 위험 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듯한 모습이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디커플링(탈동조화)보다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이 부각되는 시기인 셈이다.
하지만 마침 거의 동시에 발표된 미국의 대중 투자 규제, 그리고 중국의 강한 반발에서 보듯 미·중 관계는 앞으로도 장기간 긴장 고조와 완화를 수없이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중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또 지정학적으로 우리와 상당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이다. 국제 정세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너무 가깝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중국의 단체여행 허용이 냉랭했던 양국 관계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관광산업을 비롯한 내수 활성화의 기회로 삼을 필요도 있다. 최근 한국 여행에 대한 중국인들의 만족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규제는 풀렸는데 정작 중국 여행객들이 일본, 동남아 등 다른 나라로만 몰린다면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인프라를 재점검하고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등 관광 경쟁력 제고에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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