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53도 폭염·유럽선 홍수…동시다발 재난에 지구촌 신음
기후변화 따른 극단적 기상현상 증가…노르웨이선 폭우로 댐 붕괴
하와이 대형산불로 최소 6명 숨져…올해 허리케인 횟수·강도 늘듯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세계 전역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기상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중동에서는 기온이 50도 선을 넘어서는 살인적 더위가 기록됐고, 북유럽 등지에선 이례적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AP 통신,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선 거의 매일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각국 예보기관들은 10일과 11일에는 바그다드의 낮 최고기온이 49도까지 치솟고, 12일부터는 50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는 최근 낮 최고기온이 무려 53도까지 치솟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더운 도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마이산, 디카프, 나자프 등 다른 여러 주에서도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기록됐다.
이라크 안바르주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지아드 타리크 박사는 하루에만 적어도 10∼15명의 일사병과 탈수 등 온열질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중동 산유국 대다수가 이라크와 비슷한 형편이라면서 "이미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로 꼽혔던 페르시아만 지역은 실외에 있는 것이 말 그대로 '죽음의 덫'이 되는 수준의 기온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부유한 국가들은 에어컨 등 냉방설비에 의존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대책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폭염은 중남미 등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멕시코 일대에선 수개월째 극단적 가뭄과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리브해와 주변 연안에선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열대성 폭풍과 허리케인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강도도 강해질 조짐이 보인다.
당초 5월까지만 해도 올해 11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던 쿠바 기상학계는 최근 13개로 예상 발생 건수를 올려잡기도 했다. 쿠바의 지난달 평균 기온은 29.1도로 1951년 이후 역대 가장 더웠던 7월로 기록됐다.
그런 가운데 북유럽 지역에선 최근 며칠간 '한스'로 명명된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노르웨이에선 폭우로 상승한 수위를 이기지 못하고 인란데트주의 한 댐이 일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인란데트주를 가로지르는 글롬마강의 수위가 5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 3천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했고, 산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수도 오슬로 북쪽 지역에서도 폭우에 600명 이상이 대피했고, 오슬로와 중부 항구도시 트론헤임 사이의 모든 주요 도로가 폐쇄됐다고 한다.
인란데트주 현지 당국자는 '국가적 차원의 위기 상황'이라면서 "여러 지역 사회에 사람들이 고립돼 있으며 응급 서비스 당국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접근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하와이주에선 같은 날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마우이섬 유명 관광지 라하이나 일부를 비롯해 주거단지가 밀집한 쿨라와 키헤이 등지를 덮친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최소 6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위험 탓에 앞으로는 관광 명소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게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에선 최근 국립공원 방문객들이 폭염에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을 혼자 하이킹하던 57세 여성이 사망했고, 같은 달 3일에는 미국 사막지대인 데스밸리에서 에어컨이 고장 난 차를 몰던 60대 남성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NPS 소속 전염병학자 대니엘 버트케는 "기후변화는 금세기 최대의 공중보건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