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WAS, 니제르 군사개입계획 수립…"각국 정상 최종 결정"
헌정질서회복 요구 시한 6일 이후 군사개입 여부 전망 분분
개입시 분쟁 인접국 확산 우려…서방-중러 대결 구도 가능성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서아프리카 15개국의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군사 정변(쿠데타)이 발생한 니제르에 대한 잠정적인 군사 개입 계획을 세웠다.
니제르 군부에 오는 6일까지 헌정 질서를 회복하지 않으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한 ECOWAS가 실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길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ECOWAS는 2∼4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연 국방수장 회의에서 병력 배치 방법과 시기 등을 담은 잠재적인 군사 개입 권고안을 마련했다.
압델-파타우 무사 ECOWAS 정치·평화·안보담당 집행위원은 전날 회의를 마치며 "권고안에는 필요한 자원과 군대를 배치하는 방법과 시기 등 궁극적으로 개입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제 실행에 옮길지는 각국 정상들이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COWAS는 과거에도 질서와 치안 유지 등의 명목으로 라이베리아(1990∼1996년), 시에라리온(1998∼2000년), 기니바시우(1999년·2012∼2020년·2022년), 코트디부아르(2003∼2004년), 말리(2013년), 감비아(2017년) 등에 병력을 파견한 바 있다.
그러나 니제르 군부가 축출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의 복권과 헌정 질서 회복 요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실제 군사 개입에 나설지에 대해선 전망이 분분하다.
우선 ECOWAS 회원국 내에서도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사 개입 권고안을 마련한 ECOWAS 국방수장 회의에는 니제르는 물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기니, 기니바시우 등 5개국을 제외한 10개국만 참석했다.
앞서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니제르 군사 개입을 자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기니 역시 별도 성명으로 쿠데타 군부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COWAS 회원국은 아니지만 동쪽 접경국인 차드 역시 군사 개입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ECOWAS의 사태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외세의 개입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ECOWAS가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분쟁이 인접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 대 러시아·중국의 대결 구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ECOWAS가 군사 개입을 보류한 채 경제제재를 유지하면서 니제르 군부에 민정 이양 계획 수립을 요구하는 등 외교적 해법을 계속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4일 수도 니아메를 찾은 ECOWAS 대표단은 티아니 실장 등 쿠데타 지도부 대신 공항에서 군부 대표들을 만나 ECOWAS 의장인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요구 사항만 전달하고 바로 돌아왔다.
무사 집행위원은 "우리는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니제르 쿠데타 지도부에 모든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은 지난 2일 국영 TV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합리적인 시일 안에 선거를 통해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조건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빈발한 쿠데타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티누부 대통령은 전날 상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군 병력 배치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세네갈 역시 ECOWAS의 군사 개입이 결정된다면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대해 니제르 군부는 "모든 공격이나 공격 시도에 대해 경고 없이 즉각적으로 무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고조된 역내 긴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는 티아니 실장이 이끄는 군부 세력이 지난달 26일 바줌 대통령을 억류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스스로 새 국가 원수인 조국수호국민회의 의장이라고 천명한 티아니 실장은 바줌 정권을 복구하라는 국제사회 요구에도 내정간섭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니제르는 사헬(사하라 사막의 남쪽 주변) 지역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을 위한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전략적 요충지로, 프랑스군 1천500명과 미군 1천100명을 포함해 독일, 이탈리아 등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프랑스군은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러시아와 바그너 그룹 용병의 영향력이 커지자 양국에서 모두 철수하고 거점을 니제르로 옮겼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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