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군부, 프랑스 방송 차단…서아프리카 대표단 현지 도착
프랑스24·RFI 라디오 방송 송출 중단…"새 군부 지시 따른 것"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대표단, 니제르 도착해 외교 해법 모색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군사정변(쿠데타)을 일으킨 아프리카 니제르 군부가 3일(현지시간) 프랑스에 대한 반발의 표시로 공영방송 프랑스24와 RFI 라디오 방송의 송출을 금지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보도했다.
두 방송사는 이날 오후부터 니제르에서 송출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니제르의 한 고위 관계자는 AFP에 이러한 조치가 새 군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초 말리·부르키나파소 군정이 잇따라 두 방송사의 송출을 중단한 것과 같은 조치다.
프랑스 외교부는 즉각 비판 성명을 냈다.
외교부는 "니제르에서 행해진 언론에 대한 조치는 쿠데타 주동자들이 주도하는 권위주의적 탄압의 일부"라고 맹비난하며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 언론, 언론인 보호를 위한 지속적이고 단호한 약속을 전 세계에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또 "쿠데타 세력은 공화국의 선출직 대통령을 인질로 잡은 후 이제는 민주적 대표들을 자의적으로 체포하고 있다"면서 "프랑스는 기본적 자유에 대한 이러한 중대한 침해를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한때 식민지였던 니제르에 1천명∼1천500명의 병력을 파병해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테러에 대응해 왔다.
이는 2021년 집권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과 전임 마하마두 이수프(2011∼2021년 집권) 대통령의 협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군부 쿠데타 이후 니제르에선 반(反)프랑스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30일엔 수도 니아메에서 군부 세력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가두 행진을 벌이다 프랑스 대사관을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니제르 내 긴장이 고조되자 지난 1일 국적기를 동원해 자국민을 대피시켰다.
이런 가운데 서아프리카 15개국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대표단이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이날 오후 니제르에 도착했다고 AFP 통신이 현지 공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COWAS 의장인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대표단에 "니제르 사태의 결정적이고 우호적인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표단은 니제르의 쿠데타 주동자들을 만나 ECOWAS의 요구 사항을 제시할 예정이다.
앞서 ECOWAS는 지난달 30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경제 제재를 결의하는 한편, 니제르가 일주일 내에 바줌 정권을 복원하지 않으면 무력 사용을 승인하겠다고 경고했다.
ECOWAS 회원국 국방 장관들은 2일부터 4일까지 나이지리아에 모여 구체적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8월 한 달 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주재하는 미국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의장을 맡은 회의를 열어 "우리는 ECOWAS가 요구한 바줌 대통령 석방과 니제르 헌법 질서 회복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ECOWAS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니제르에 거액을 투자해 온 중국은 니제르와 인근 국가들이 정치적 해결책을 찾을 지혜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군부가 통치하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니제르에 대한 군사 개입이 이뤄질 경우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해 니제르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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