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게임문화 주축으로…팬사인회 새벽부터 성황
'e스포츠 축제' WCG 2023, 프로게이머 경기보다 인터넷 방송인 행사 인기
인터넷 방송 시청자·지출 규모 코로나19 이후 성장세
(부산=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부산 벡스코(BEXCO)에서 30일까지 열리는 종합 e스포츠 축제 '월드사이버게임즈(WCG) 2023' 현장.
점심시간이 지난 29일 오후, 주말을 맞아 관람객으로 북적이던 행사장 한쪽이 갑자기 시끌시끌해졌다.
e스포츠 경기 때문은 아니다. 유튜브·트위치에서 활동하는 인기 인터넷 방송인 '나는루다'와 '마젠타'의 팬 미팅 행사에 몰린 방문객들의 환호성이었다.
선착순으로 번호표를 받은 관람객 100명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지만, 번호표를 받지 못한 관객들도 팬미팅 부스 주변을 에워싸고 몰려 스마트폰을 들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행사장 바깥의 번호표 발급 부스에는 WCG가 문을 열기 한참 전인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생겼다.
인터넷 방송인 '마젠타' 팬 미팅에 참여하려고 서울에서 부산을 찾아 새벽 5시30분께부터 기다렸다는 김모(28) 씨는 "하루에 3∼4시간 정도는 인터넷 방송을 본다. 벌써 설렌다"며 "팬 미팅 때문에 오긴 했는데, 겸사겸사 다른 부스도 보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에서 올라와 인터넷 방송인 그룹 '와나나크루' 팬 미팅에 참석한 고교생 한모(16) 양은 "직접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방에서 휴식할 때 상시 인터넷 방송을 틀어놓고 즐긴다"고 말했다.
WCG를 주최한 빅픽처인터렉티브는 이번 행사에 총 16팀의 인플루언서 그룹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비슷한 시각, 행사장 무대에 설치된 e스포츠 대회는 400∼500석가량의 관중석 중 100석도 채 채우지 못하면서 행사 기간 내내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관중이 몰린 경기도 현역 프로게이머가 아닌, 인플루언서들이 참가하는 이벤트 경기였다.
'e스포츠 국제대회' WCG에서 나타난 인플루언서 행사의 뚜렷한 인기는 인터넷 방송인들이 게임문화를 이끄는 한 축이 됐다는 방증이다.
게임 방송 전문 플랫폼 '트위치' 통계 사이트 '트위치트래커'에 따르면 한국어 방송의 월평균 트위치 동시 시청자 수는 2019년 12월 8만9천 명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 12월 13만6천 명, 2021년 14만5천 명 등으로 크게 늘었다.
한 번 늘어난 시청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해제된 이후에도 크게 줄어들지 않아 작년 12월 12만3천명, 지난달에는 13만9천명 등을 기록했다.
글로벌 앱 마켓 분석 업체 센서타워가 작년 10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이용자들이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 앱에 지출한 금액은 2019년 8억6천만 달러, 2020년 16억5천만 달러, 2021년 20억 달러 등으로 매년 가파르게 늘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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